동아리 장이 왔다. 저희들의 결과물-각자가 낸 책을 모은 책이다-에 서문을 부탁하였다. 그래서 다음과 글을 썼다.
책을 쓴다는 것
- 선생님이 저희 부서 맡아주세요.
- 뭐하는 부서냐?
- VIEW라고 책 만드는 부서입니다.
고등학생이 무슨 수로 책을 낼까 싶었다.
허나 그 뜻이 가상하여 맡기로 했다.
맡기는 했으나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
저희들끼리 꿍냥꿍냥, 수근수근, 삐질삐질……
1년을 꽉 채워서 어떻게 어떻게 책이 나왔다.
책의 질이야 어떠하든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고등학생이 제 이름을 건 책을 내다니.
책을 낸다는 것은 정신적인 출산이다.
출산의 고통을 겪어본 자가
생명의 위대함을 더 잘 알듯이
책을 내어본 자라야
책의 가치를 실감할 것이다.
이제 너희들이 세상에 내어놓은 책들은
저 나름의 생명을 갖고
저 나름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서재에서, 도서관에서, 교실에서
혹은 쓰레기장의 한 모퉁이에서……
너희들은 이제 그 책을 놓아주고
다시 새 책을 잉태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경주하라.
축하한다, 축하한다.
너희들의 책이 아니라
너희들의 길었던 고뇌의 시간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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