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을 굶는 이유
작년 6월에 둘째 ‘우야’가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우리집에는 38개월 된 ‘민민이’와 9개월 된 ‘우야’가 예쁘게 자라고 있습니다. 집사람이 휴직을 하고 육아에 전념한 지 어언 1년이 다 되어갑니다. 돌 때까지는 아기들이 두 세 시간 간격으로 젖을 먹어야하는 거 아시죠? 그래서 집사람은 늘 토막잠을 자야합니다. 아침에 제가 출근할 때도 최대한 조용히 준비해서 집사람과 아이들 몰래 집을 나선답니다. 처음에는 혼자서 아침을 챙겨먹었는데, 매일 아침 챙겨먹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그냥 굶고 출근하는 날이 잦습니다.
□ 점심을 굶는 이유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4교시 마치고 50분간의 점심시간이 있습니다. 이 때 저는 배드민턴을 칩니다. 4교시가 없으면 밥을 먹고 운동을 하지만, 올해 시간표가 월화수목금 모두 4교시가 있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점심을 굶고 배드민턴을 칩니다.(엄청 재미있거든요) 혹 경기를 할 멤버가 모자라면 그때는 점심을 먹습니다.
□ 저녁을 굶는 이유
저는 올 한해 계속 정독실을 관리해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습니다. 2달째 대대적으로 학교 급식소를 리모델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시락 업체가 가져다주는 급식을 먹어야 합니다. 그런데, 정말 맛이 없어 먹을 수가 없습니다. 너무 배가 고파 참을 수 없으면, 짜장면을 시켜먹는데, 그것마져도 몇 일 달아서 먹으니 ‘우엑’ 소리가 납니다.
□ 동료 선생님의 충격적인 발언
“안선생 얼굴이 헬쓱해.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은데.” 운동을 매일 하는 저에게 헬쓱하다는 표현은 충격이었습니다. 180센치가 넘는 키에 72킬로의 몸무게를 갖고 있으니 더 빠질 살도 없습니다. 요즘 빈배는 허주虛舟(빌 허, 배 주)가 아니라 공복空腹(빌 공, 배 복)입니다.
□ 고마운 나의 아내
제가 굶고 다니는 걸 저의 집사람은 늘 마음 아파합니다. 그럴때면 전 씩씩하게 이야기합니다. “나만큼 건강한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해! 밥 못먹으면 빵이라도 꼭 챙겨먹는다.” 오늘 아침이었습니다. 출근 준비한다고 부스럭거리고 있는데 집사람이 ‘우야’를 안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더 자지 왜 나왔어?” “우야가 잠이 깼네. 우야 깰까봐 늘 못나왔는데 마침 깨어났으니 잘 됐다. 오늘은 내가 아침 차려줄게.” 그리고는 따뜻한 소고기 국에 유부초밥을 내어왔습니다.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라 표현한 수필가 김소운님의 마음이 아마 제 마음이었을 겁니다. 마음이 짠∼한 것이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솟아나더군요. ‘감동’이란 말로는 도무지 적합하지 않는 ‘감동’이었습니다.(저희 부서 부장님이 김소운님의 조카입니다. 내 근처에 그런 분의 조카가 있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했어요.)
□ 밥 굶고 다니지 마세요
몇 일 전에 학년부장님이 저에게 “젊을 때는 모르는 데, 밥을 잘 챙겨먹지 않으면 나이 들어 골병든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때 문득 떠오른 ‘민민이’와 ‘우야’. 결코 병약한 아버지가 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밥 잘 챙겨먹고 튼튼한 아버지가 되렵니다. 아자아자! 이웃 여러분도 아침 든∼든∼히 챙겨드세요.
수영모자가 너무 작아.(내 머리가 큰 건가?) 우야와 민민이의 즐거운 장농 놀이. 문 열지 말란 말이야.ㅋㅋ.
너희가 찬란한 보석임을 왜 모르니? (0) | 2011.03.22 |
---|---|
졸렬한 한시: 감짱아치 프로그램을 보고서 (0) | 2011.03.21 |
12년 만에 처음 교정를 담아보다 (0) | 2011.03.18 |
여행을 어떻게 즐길 것인가? (0) | 2011.03.14 |
수업에 블로그를 접목할 수는 없을까? (0) | 2011.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