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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 가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상식], 천왕문과 사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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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배93 2011. 5.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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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 지나가기 참 어렵다

 

고등학교에서 교문을 지나는 학생들이 제일 두려운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생활지도부(옛날에는 학생과라고 불렀습니다) 선생님들입니다.

복장이 바로 되어있는지, 혹시 명찰은 없는지, 머리가 이상하지 않는지를 점검하지 않고 들어갔다가는 상쾌한 아침이 날아갑니다.

학생과 선생님은 아무리 친절해도  학생을 긴장하게 만듭니다.(제가 교직을 시작하고 12년 내내 학생과에 있습니다)

신성한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 한 번쯤 움찔하는 정화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한때 교문지도를 하지 않았더니, 슬리퍼를 신고 오질 않나, 온갖 해괴망측한 일들이 벌어지더군요,)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으로

 

하물며 부처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 마냥 즐겁고 쉬워서는 안 되겠지요?

일주문을 지나 부처님이 계신 대웅전으로 가는 길에는 천왕문이 있습니다.(그 사이에 금강문이 있는 사찰도 있습니다.)

천왕문을 문이라고 부릅니다만, 사실은 전각입니다.

전각이란 커다란 집을 말합니다.

당연히 전각 안에는 사는 사람이 있겠지요?

그 전각의 주인이 바로 부리부리한 눈을 가진 사천왕입니다.

사천왕은 부처님을 대웅전 밖에서 수호하는 귀신의 왕들입니다.

사천왕을 학생과 선생과 비교하며 한 분씩 소개하겠습니다.

 

까불면 베어버리겠어, 지국천왕持國天王

 

초보 학생과 선생에게 꼭 필요한 도구가 있습니다.

바로 매(혹은 회초리, 혹은 몽둥이)입니다.(물론 요즘 학교에서는 사라졌습니다.) 

꼭 그런 분이 손에는 칼을 들고 동쪽을 맡고 있는 지국천왕입니다.

칼은 무엇이든 베어버리지요.

지국천왕의 칼은 속세의 나쁜 생각들을 일도양단一刀兩斷합니다.

 

아이들을 왜 때려 입으로 찌르면 될 것을, 광목천왕廣目天王

 

학생과 경력이 조금 쌓이면 매가 필요 없어집니다.

그저 입만 있으면 됩니다.(아이들은 보통 그런 분을 '공주'라고 부릅니다. 공포의 주둥아리.)

실제 많은 학생들이 입이 매서운 선생님을 훨씬 두려워합니다.

그런 분이 서쪽을 지키면서 삼지창과 보탑(둘다 뾰족합니다. 물론 보탑은 찌르기위한 용도는 아니지만. ㅎㅎ 보탑의 아래에는 보통 부처의 사리가 묻혀있으니 불법의 강력한 힘을 의미한다고 보입니다.)을 들고 있는 광목천왕입니다.

중요한 것은 입을 벌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의미가 웅변으로 나쁜 것을 물리친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부석사의 사천왕상 : 최고수 다문천왕(비파)과 초보 지국천왕(칼)

 

눈으로 다 잡는다, 증장천왕增長天王

 

학생과 베테랑이 되면 이젠 입도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눈만 크게 확장하면(增長) 아이들은 당황하기 시작합니다.

복장불량인 학생들은 알아서 교문을 못 들어옵니다.

그런 분이 남쪽을 지키면서 용과 여의주를 쥐고 있는 증장천왕입니다.([삼국유사]에도 용을 물리친 고승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불법의 힘이 토속신앙보다 우위에 있다는 생각의 반영이지 싶습니다.)

증장천왕의 눈을 자세히 보세요.

화난 듯 한 눈에 불락푸르락한 몸을 갖고 있습니다.

 

애들을 왜 주눅 들게 해, 다문천왕多聞天王

 

진짜 학생과 고수는 절대로 학생들을 주눅이 들게 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의 억울한 사연을 다 들어주고, 그리고 스스로 반성하게 만들지요.

연세 지긋한 그런 분이 학교마다 한 분 쯤은 있습니다.

[슬럼덩크]라는 만화에 할아버지 감독님 같은 그런 분.

그런 분이 북쪽을 지키면서 비파를 들고 있는 다문천왕입니다.(비파는 악기를 상징하고 음악으로 교화한다는 의미이지 싶습니다.)

다문이란 부처님 말씀을 빠짐없이 들어서 붙었다고는 하지만,

아이들의 말을 다 들어주는 선생님께도 다문多聞을 붙여도 무방하겠죠?

 

부석사의 사천왕상 : 눈으로 쥐락펴락하는 증장천왕(용)과 입으로 푸욱 찌르는 광목천왕(창과 보탑)

 

사천왕에게 짖밟히는 악마들

 

사천왕의 발 밑에는 번뇌와 집착으로 대변되는 악마들이 있습니다.

교문에서 복장불량으로 지각으로 걸려서 손들고 무릎꿇은 학생들을 연상하면 될 겁니다.

하지만 아시죠?

학생과의 선생님들이나 천왕문의 사천왕이나 힘없고 약한 학생과 중생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남은말) 짧은 지식으로 글을 쓰려니 여간 힘들지 않네요. 위의 설명은 이론상의 정확함을 자신할 수 없습니다. 황상용 선생의 책도 거의 표절급으로 활용하려니 미안하기도 하구요. 주말에 서점에 나가서 불교관련 서적 한 두 권 더 구입해야겠어요^^* 관심있게 지켜봐주시는 이웃님들 감사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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