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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다닥 체육대회, 엉엉 운 아이들.

학교2

by 빈배93 2011. 5. 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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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이 일요일이었고, 5월 10일은 석가탄신일이었다.

그 사이에 끼어 있는 9일날 우리학교에서는 체육대회를 하였다.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이라고 해야겠다.

 

체육대회가 열리기 직전에 우리반 아이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해주었다.

"얘들아, 선생님은 체육대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다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해. 그다음 중요한 것은 재미있게 노는 것이고. 과한 승부욕으로 화내거나 울지 말고, 즐길 수 있도록."

 

드디어 첫 번째 종목인 피구.

 

나는 심판보러 다닌다고 우리반 아이들의 경기를 지켜보지도 못하였다.

허겁지겁 심판활동을 마치고 아이들의 경기장으로 갔으나, 연습시합에서 막강한 실력을 자랑하던 우리반이 허무하게도 1차전에서 떨어졌다.

"얘들아, 괜찮아. 아직 줄다리기도 있고, 릴레이도 있잖아."

내 말을 듣고도 아이들은 시무룩하게 자리로 돌아갔다.

 

두 번째 종목인 줄다리기.

 

우리반 아이들은 다른 반에 비해 유난히 날씬한 아이들이 많다. 

시작하자마자 상대 반 쪽으로 그냥 반 전체가 날아가 버렸다. 휘익!

줄다리기도 1차전 탈락.

"얘들아, 괜찮아. 릴레이가 아직 남아 있잖아. 선생님이 장담하건대 3등 안에는 무조건 든다. 내 말을 믿어라."

어떻게든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세 번째 종목인 씨름 개인전.

 

1차전 탈락. 

 

마지막 종목인 릴레이 예선.

 

릴레이하는 아이들이 어떻게든 힘내라고, 초콜릿을 사서 억지로 먹였다.

출발과 함께 7반 중에서 우리반 은정이가 1등으로 달려나갔고, 그걸로 끝이었다.

10명이 이어달리는 가운데, 한 번도 1등을 놓치지 않고 압도적인 1등으로 예선을 통과하였다.

아이들은 얼싸않고 좋아하였다. 물론 나는 더 좋았다.

 

드디어 마지막 경기 릴레이 결선.

 

출발과 함께 우리반 은정이가 6위로 쳐졌다.

그런데 한 명 한 명씩 바톤을 터치하면서 점점 다른 반 아이들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주자 3명인가를 남겨놓고 드디어 1등으로 올라섰다.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비는 우리 아이들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우리 아이들은 압도적인 차이로 결선에서도 1등을 하였다.

몇 명의 아이들은 서로를 부둥켜 않으며 기뻐서 깡총거리고, 몇 명의 아이들은 엉엉 통곡을 하고, 그 아이들의 모습을 보던 나도 하마터면 울뻔했다.(쪽 팔리게도^^)

 

올해 들어 우리학교는 체육대회를 대폭 축소하였다.

3학년은 등산을 가고 1,2학년만 하는 체육대회였다.

그마저 오후에 비가 많이 온다는 일기예보 때문에 오전에 서둘러 마쳐야했다.

아쉬움도 남지만, 길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겠지?

마지막에 1등하고 기뻐서 엉엉 우는 아이들을 보며 짧지만 임팩트 있는 체육대회였다는 생각을 해봤다.

 

석가탄신일이 끝나면 다시 우리 아이들과 나는 일상으로 돌아와야한다. 

기말고사가 8주 남았다고 한다. 

이번 기말고사는 5주 전부터 아이들을 이끌고 시험 준비를 시킬 생각이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내신관리는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기에. 

나. 는.  교. 사. 다. 열정을 불태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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