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가 끝이 났습니다. 아이들이 시험 결과에 적잖이 실망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아래의 편지를 써서 나누어주었습니다. 교육현장에서 담임과 아이들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공개합니다.>
15반 아이들 보아라.
아직 성적이 나오지 않았으니, 선생님은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이 편지가 너희들 손에 쥐어질 때면 어쩌면 성적이 나왔을 수도 있겠구나.
선생님이 너희들에게 반성문을 쓰게 한 의도는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
반성문은 뭔가 잘못을 했을 때만 쓰는 것이 아니다.
힘겹게 달려오고 나서 뒤를 돌아보는 것, 그것이 반성문의 참 의미가 아닌가 한다.
너희들의 반성문은 돌려 줄테니, 스스로 나태해지거나 용기를 잃을 때 좋은 약으로 쓰거라.
선생님의 예상과는 달리 후회와 자책으로 가득찬 너희들의 반성문을 읽는 것은 고역이었다.
하지만 거기서 선생님은 작은 희망을 보았다.
너희들이 얼마나 시험에 진지하게 임했는지, 또 얼마나 많이 후회를 하고 있는지, 얼마나 굳은 다짐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은 내게 희망으로 다가왔다.
열심히 하지 않은 아이들은 후회할 것도 다짐할 것도 없잖니?
그런 의미에서 너희들의 반성문은 볼만 하였다.
선생님은 너희들의 성적이 좋을 것이라 지금도 자신하고 있고, 너희들이 할 만큼 했다고도 생각한다.
애초에 중간고사 전까지 선생님의 목표는 '자리에 앉아있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이었으니, 선생님 개인적으로는 성공이라 할 만하다.(내가 너무 이기적인가?)
이제 플랜B로 들어가자.
너희들의 반성문에 쓰여진 내용들과 선생님의 노하우를 합쳐서 만들어낸 기말고사 대비법이다. 늘 이야기했음에도 잘 지켜지지 않는 것들이란 것을 너희들도 알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행합일知行合一이다.
첫째, 이번 시험에 너희들을 가장 괴롭힌 과목은 역시나 수학이었다. 그런데 수학마저 배신을 했지?
평소에 수학은 꼭 예습 · 복습을 해서 시험기간에 다른 과목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라.
둘째, 이번 중간고사에서 너희들은 막바지에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었다.
기말고사에서는 한 주 더 당겨서 5주 전부터 시작해라.
셋째, 시험 때 아파서 공부시간을 빼앗긴 학생이 많다.
5주면 꽤 장기간이니, 각별히 건강에 신경을 써야한다.
건강관리를 위해서 오늘부터 당장 운동과 산책을 시작해라.
필요하다면 비타민을 먹든, 보약을 먹든 하여라.
넷째, 계획을 짤만큼 짜봤고 실패도 할 만큼 해보았을 것이다.
이제는 그러지 말고, 좀더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라.
이제 대충은 얼마만큼의 시간에 얼마만큼 공부할 수 있는지를 알 것이다.
더이상 두리뭉실한 계획을 세워서는 절대 안된다. 명심 또 명심하도록 하여라.
다섯째, 하루에 한 과목씩 몰아서 하는 공부는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하루에 적어도 3과목 이상을 보되, 집중력이 떨어지면 잠시 쉬었다가 과목을 바꾸어서 공부해라.
이말은 2월달 부터 지금까지 10번 쯤은 한 것 같다.
여섯째, 중간고사 준비할 때 선생님이 해주었던 다양한 조언들을 다시 한 번 살펴봐라.
너희들에게 잘 맞지 않은 것이 있을망정, 잘못된 것은 없을 것이다.
이 편지 또한 그러하니, 잘 읽고 다시 시작해라.
일곱째, 절대 희망을 버리지 말고, 내 뒤에는 부모님과 담임이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늘 기억하라.
믿음은 스스로를 믿을 때만 존재한다.
나는 잘 할 수 있다는 긍정의 마인드를 가져라.
나는 우리 15반 학생들을 친딸처럼 생각해야한다고 늘 스스로를 강요한다.
대충 담임해서 대충 3학년으로 올려보낼 생각은 추호도 없다.
릴레이 1등 할 때처럼, 우리 힘내서 다시 달려보자.
이제 2학년의 4분의 1을 달렸을 뿐이다.
파이팅! 소중한 2학년 15반 아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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