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행복한 삶에 성적이 절대적인 것은 결코 아닙니다. "반평균 깍는다"는 말은 대단히 몹쓸 말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노력한 만큼 좋은 성적이 나온다면 그만큼 행복한 일도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성적에 관련된 글이라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아, 뒤늦게 이런 변명의 글을 앞머리에 달아 놓습니다.>
중간고사가 끝난지 열흘 남짓, 드디어 우리 15반의 성적이 나왔다.
어느 해보다도 열심히 지도하였기에 성적표를 열어보는 것이 설레었다.
우리 반이 적어도 평균보다 5점 이상은 높을 것으로 기대하였다.
눈을 크게 뜨고 결과를 바라보니, 전체 평균점수에 비해 우리 반의 평균은 1.9점이 높았다.
내 기대에는 턱없이 못 미쳤지만, 절반의 성공이라고는 할 수 있겠다.
전체 평균에서 5점이 높은 경우는 우열반을 만들지 않는 한, 거의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현실로 만들고 싶었다.
아니 다음 시험에서는 꼭 만들 것이다.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기는 했다.
이과반 학생들에게 수학은 대단히 중요하고, 아이들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 공부를 한다.
이과반인 우리반의 수학성적이 전체 평균보다 8점이 더 높았다.
우리 반을 지도하시는 수학선생님 나를 찾아와 말씀하셨다.
“15반이 압도적인 1등이에요. 2등보다도 평균 5점이 높네요.”
“그런 일이 종종 있나요?”란 내 질문에,
“아니요, 이런 경우는 저도 처음이에요.”란 답을 들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선생님이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혼자 너무 잘하지 마라. 민폐다.”
집에 가서 수학선생인 집사람에게 자랑한 번 해주었다.
[카산드라의 거울]에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성공한다는 것은 실패를 거듭하면서 열정을 잃지 않는 것이다.”
이번 시험은 절반의 성공이자 실패다.
요즘 내가 조금은 지쳤다.
하지만 아이들이 눈치채기 전에 다시 초심을 되살려야겠다.
[백범일지]에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누구나 제가 옳다고 믿는 것을 혼자만이라도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니,
저마다 남이 하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저마다 제 일을 하면, 자연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경제에, 또 어떤 사람은 학계나 상계에,
이처럼 제가 합당한 방면으로 활동하여서 그 결과가 모이면 큰 일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하셨다."
학군이 어떠니, 학생이 어떠니, 하며 변명할 필요는 없다.
교사 각자가 옳다고 믿는 것들을, 각자가 스스로 실천해나가면, 우리 교육은 바로 설 것이다.
내가 너무 ‘공부공부’거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살짝 해본다.
오늘은 기말고사 48일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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