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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화, 인간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키는 기술

독서

by 빈배93 2011. 5. 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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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카산드라의 거울]에 재미난 물건이 나온다. 그 이름은 '프로바빌리스'이다. 이 기계는 시계와 같은 모양인데, 주인공 카산드라의 사망 확률을 실시간으로 표시해준다. 프로바빌리스가 카산드라의 사망 확률을 어떻게 표시해줄까? 이는 인공위성이 항상 카산드라의 모든 상황을 관찰하기에 가능하다. 물론 베르베르에 의한 소설적 설정이라,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평소에는 17% 정도의 사망 확율을 보여주다가, 위험이 닥치면 수치가 높아져 카산드라에게 경고를 해준다. 덕분에 카산드라는 많은 위험에서 벗어나게 된다. 소설을 읽는 내내 그런 기계가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일선 학교에서 교실 내 공기의 신선도는 학생들의 건강과 직결된다. 그래서 자주 환기를 하라고 아이들에게 말하지만, 실제 환기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달 초에 교육청에서 우리학교에 이산화탄소 측정기를 설치해주었다. 어쩌면 전국의 모든 학교에 설치했는 지도 모르겠다. 이산화탄소 측정기를 보자 나는 무지 반가웠다. 이산화탄소 측정기는 프로바빌리스로 나아가는 전단계의 기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이 기계는 우리 학교 교실 내의 공기를 눈에 띠게 신선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공기가 탁하다고 느끼는 것과 수치로 눈에 보이는 것은 천양지차이다. 이제는 선생님들이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 스스로 그 수치를 보며 창문을 활짝 연다. ‘시각화라는 것이 인간의 행동을 이끌어내는데 얼마만큼 큰 역할을 하는지를 알 수 있는 하나의 좋은 예이다.

 

매일 검사하고 있는 아이들의 스케줄러는 그간 공부에 쏟은 노력이 시각화된 것이다. 장담하건데, 우리반 아이들은 다른 어떤 반의 아이들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은근히 스케줄러가 자신을 옭아맨다고 호소하는 아이도 있다. 좀 더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지만, 열심히 공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혹시 내 아이가 조금더 열심히 공부하기를 원한다면 학습계획과 그 실천 여부를 시각화시켜 보기를 권한다.

 

우리 아이들의 행복도 시각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시각화가 가지는 역작용도 고려되어야겠지만, 시각화된 행복도는 행복을 위한 실천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이산화탄소 측정기'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이. 만약 공부가 행복도를 심각하게 저해한다는 것이 수치로 드러난다면, 이것을 보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덜 닥달하게 되지 않을까? 혹은 역으로 공부가 아이들의 행복도를 높여준다는 것이 수치로 드러난다면, 아이들이 더 자발적으로 열심히 하게 되지 않을까? 단, 눈에 보이는 수치가 아이들에게 희망적인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적절히 안배해야 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려 환기를 해도 이산화탄소 수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비가 그치고 해가 나면 더 상큼한 공기 속에서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겠지?

 

"여보, 어머님 집에 이산화탄소 측정기 하나 놓아드려야겠어!"라는 패러디성 문장이 떠오른다. 큽!

비가 와서 그런지, 환기를 해도 이놈의 수치가 1,000ppm 이하로 떨어지지가 않는다. 비가 오면 실내 이산화탄소 수치가 높아지는가 보다. 이웃여러분도 집에 이 기계 한 대, 어떠십니까? 저는 이 기계 파는 회사와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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