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수업시간에 고사성어를 가르치기 위한 교재입니다. 학교 현장에서 이런 교육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지만, 좋은 견해가 있으시다면 댓글을 달아주십시오. 바로 교재에 반영해서 서술토록 하겠습니다^^>
CH6. ‘생각난다’에서 ‘생각한다’로의 전환
□ 멋진 말 안빈낙도安貧樂道
고사성어 중에는 멋진 말이 많다.
안빈낙도安貧樂道도 그런 류이다.
‘가난한 생활을 편안하게 생각하면서, 바른 길을 가는 것을 즐거워한다.’
가난해도 편안할 수 있고, 심지어 즐거울 수도 있다니 멋지지 않은가?
□ 사전적인 의미, 그 이상을 생각하지마!
교사의 친절한 설명을 들은 우수한 학생들은 즉시 ‘안빈낙도’라는 고사성어를 외운다.
그리고 언어영역 문제 속에서 ‘안빈낙도’라는 말을 적용해 선택지를 고른다.
사전적인 정의, 그 이상을 생각하면 고득점에 지장이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에서 공부 잘 한다는 학생의 종착지다.
□ 사전적인 의미, 그 이상으로 한 번 가보자구.
안빈낙도를 두고, ‘그렇구나’ 혹은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대단해’로 그치는 데서 철학은 죽어버린다.
‘정말 그런거야?’
‘그런 말을 만든 사람에게 무슨 의도가 있지 않을까?’
이런 의문은 우리를 ‘생각하게’ 만든다.
교사가 말하는 것을 진리인 양 암기해만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우리 사회에서,
우리 학생들은 영원히 타인의 언어와 개념의 지배에서 탈출할 수 없다.
이런 것을 '학습된 무능'이라고 한다.
□ 안빈낙도는 군주의 편리한 도구
안빈낙도라는 개념을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공자거나 유교를 신봉하는 사람이다.
유교란 어떤 학문인가?
유교는 바로 제왕학이다.
제왕학이란 군주로서 백성을 어떻게 다스릴까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백성들이 가난해도 불평을 터뜨리지 않고 즐겁게 바른 길을 간다면, 누가 가장 좋을까?
당연히 군주다.
안빈낙도라는 개념 속에서는 이런 정치적인 의도가 숨어있다.
선공후사先公後私도 마찬가지다.
그 속에서 군주와 국가를 우선시하게 만드려는 의도을 엿볼 수 있다.
하나의 고사성어를 두고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도 있다니 흥미롭지 않은가?
선택은 자유지만, 선택할 것이 하나밖에 없다면 그건 선택이 아니다.
□ 나쁜 법을 바로 고치면 안 좋은건가?
‘조령모개朝令暮改’라는 고사성어를 가지고 생각해보자.
조령모개는 아침에 명령을 내렸다가 저녁에 다시 고친다는 뜻으로, 법령을 자꾸 고쳐서 갈피를 잡기가 어려움을 이르는 말이다.
봉건시대에는 군주의 말이 바로 법이었다.
따라서 군주가 내뱉은 말은 어지간해서는 바꾸지 않았다.
‘조령모개’라는 말이 거기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잘못되었다면 저녁에라도 고쳐야하지 않을까?
□ ‘생각이 난다’에서 ‘생각을 한다’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고 하였다.
먹과 가까이하는 사람은 검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생각을 한다’는 경지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결국 우리는 책에서 그런 이들을 만나야 한다.
□ 책을 읽어라.
한 유명소설가의 말을 빌자면 이렇다.
“시민이 책을 읽지 않으면 우중愚衆이 된다.
책과 멀리하면 할수록 그 사람은 사회 관습의 맹목적인 신봉자가 되기 십상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내밀한 정신의 쾌락을 놓치는 사람일 뿐 아니라, 나쁜 시민이다.”
□ 그리고 글을 써라.
“글쓰기는 사람을 정확하게 한다”고 하였다.
단지 읽는 것만으로는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의 글을 씀으로써 남들의 언어와 개념이 주는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 속에서 파천황破天荒(이전에 아무도 하지 못한 일을 처음으로 해냄을 이르는 말)적인 발상이 일어나기도 하는 법이다.
제발 책 좀 읽고, 일기라도 좋으니 자신의 생각을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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