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국가], 손영운 글, 이규환 그림, 김영사, 2009.
동양철학은 유교철학과 도교철학이 경쟁하고 보완하면서 발전해왔다. 제자백가로 일컬어지는 수많은 사상이 다시 보완을 해주며 도도한 사상적 흐름을 이어왔다.
서양철학은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을 갖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고 있는 사람이 플라톤이다. 최초의 철학자로 인정되는 소크라테스는 저서가 없다. 그래서 일정한 한계가 있다. 플라톤은 [국가]라는 방대한 저서를 남겼다. 덕분에 스승을 넘어서서 서양철학의 틀을 만든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 서양철학에서 그가 갖는 위상은 동양철학에서 공자와 장자를 합친 만큼이나 된다고 할 수 있다. “영국철학자 화이트헤드의 말을 빌자면, ‘서양의 2000년 철학은 모두 플라톤에 대한 주석에 불과하다!’고 말해질 정도이다.
플라톤하면 떠오른 것이 많다. 철인정치론, 이데아론, 동굴의 비유, 태양의 비유, 선분의 비유, 시인 추방론 등등. 이 책에서는 그 모든 것을 쉽게 다루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만만치는 않다. 원래 내용이 워낙 방대하고 난해하기에. 차분히 읽어가다보면 어디선가 한 번은 들어본 이야기들을 곳곳에서 접할 수 있는데, 그 모든 이야기가 플라톤의 것이었다는 것을 아는 순간 그 영향력이 얼마나 지대한 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주목한 부분은 플라톤의 '연구를 위한 방법론'이었다. 플라톤은 작은 것(인간)을 연구하기 위해 큰 것(국가)을 연구하는 방법을 취하였다. 그가 [국가]를 저술한 것은 국가를 연구하기 위함이 아니라, 인간을 연구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국가]를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을 통해 이상적인 인간상을 찾고자 하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이 방법론을 활용해보면 재미있는 생각꺼리를 많이 찾을 수 있다. 일례로 학교에 대한 기본 생각을 들어보면, 그 사람의 인간관을 알 수 있다는 식이다. 나의 경우를 들어보자. 나는 학교가 이러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학교활동은 학교 내에서 마무리 되어야한다. 하교 후, 혹은 주말까지 학교가 학생을 괴롭혀서는 안 된다. 학교는 학생에게 공부의 즐거움 가르쳐야 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인내를 가르쳐야 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책임감 가르쳐야 한다.
이걸 삶에 대한 생각으로 전환해보면, 일은 직장 내에서 마무리되어야한다. 퇴근 후, 혹은 주말까지 직장이 삶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삶에 있어 일하는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삶에 있어 인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개개인은 자신의 삶에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플라톤의 이러한 방법론은 불확실하거나 미세한 삶에 대한 생각들을 명료하게 정리해준다.
[국가]에 나오는 이야기 중 흥미롭게 읽었던 ‘기계스의 반지’ 이야기를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리디아에 기계스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왕에게 고용된 양치기였다. 어느날 폭풍과 지진이 일어나 땅이 갈라지고, 기계스가 양에게 풀을 먹이던 곳에 빈 공간이 드러났다. 놀란 기계스는 갈라진 땅속으로 내려갔는데, 거기에는 조그마한 문이 달린 청동으로 된 말이 있었다. 말의 속은 텅 비어 있었고, 사람 키보다 조금 커 보이는 시체만 달랑 하나 놓여 있었다. 이 시체는 다른 것은 아무것도 걸친 게 없었지만 손에 황금 반지를 끼고 있었다. 기게스는 반지를 빼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어느 날 양치기들이 왕에게 목동 일을 매월 보고하는 모임에 기게스도 그 반지를 끼고 참석하였다. 우연히 만지작거리던 반지를 손 안쪽으로 돌렸는데, 기게스가 다른 사람의 눈에서 사라져버렸다. 반지의 힘을 알아차린 기계스는 무척 기뻐하였다. 기게스는 반지를 돌리고는 투명인간이 되어 왕비의 처소에 드나들었고 결국 왕을 살해한 후 리디아 왕국을 차지하였다. 이로부터 기게스의 반지는 처벌을 받지 않고 나쁜 짓을 해도 되는 자유를 의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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