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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300]의 감동을 다시 한 번, [역사]

독서

by 빈배93 2011. 6.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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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도토스의 역사], 권오경 글, 진선규 그림, 주니어김영사, 2009.

 

2007년 영화 [300]을 봤다. 엄청난 화살비와 괴물처럼 묘사된 페르시아 군. 근육질의 스파르타 용사들의 모습. 그리고 이란, 이라크, 터키 국민들이 가진 영화 [300]에 대한 혐오감. 이것들이 4년이 지난 시점에 남아있는 영화 [300]에 대한 기억들이다.

 

이 책은 서울대 선정 인문 고전 50의 제2권이다. (‘서울대 선정이라는 표제가 눈에 살짝 거슬린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고전을 만화로 쉽고 재미있게 옮기려는 시도가 좋다. 직접 읽어본 결과 쉽고 재미있다. 만화가 아닌 그냥 [역사]를 읽어볼까하는 생각도 드니, 출판사의 시도는 성공적이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그리스인에 의해 쓰여진 페르시아 제국의 흥망기이다. 전반부에서 페르시아 제국의 성장사를 다루고 있고 후반부는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사를 다루고 있다. 키루스-캄비세스-다리우스-크세르크세르에 이르는 제왕들의 치적을 중심으로 나누자면, 키루스-캄비세스는 성장의 길을 걸었고 다리우스-크세르크세르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헤로도토스는 페르시아사를 다루었지만, 초점은 그리스의 자유를 위한 투쟁에 맞추었다.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돋보이지만, 자국 중심의 역사서술은 한계로 남는다

 

나는 한국사람이라, 3자짜리 이름에 익숙하다. 그래서 긴 이름이 나오면 일단 부담스럽다. 예를 들어 크세르크세르’ ‘크로이소스이런 이름은 독서를 방해한다.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나오는 국명, 인명, 지명들은 상당히 방대하고도 길다. 만약 만화로 나오지 않았다면, 그 이름의 무게로 진작 질식했을 것이다. 이 책은 복잡하고 방대한 내용을 짜임새 있게 재구성하였다. 나는 이 책을 두 번 읽었는데, 두 번째 읽을 때는 관계도를 그려가며 읽었다. 전체적인 윤곽을 머릿속에 그리는데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역사에 클라이막스란 것이 있다면, [역사]의 클라이막스는 영화 [300]의 중심사건인 테르모필라이 전투다. 이 때 페르시아의 왕이 크세르크세르였다. 내가 클라이막스를 그렇게 본 것은 다분히 이전에 본 영화 [300]의 영향 때문이다. 독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선지식이니. 이 책을 읽는 내내 [300]을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내용을 알고 영화를 보면 재미가 덜 하다. 하지만 역사 영화는 예외가 되어야 한다. 역사를 다루는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은 관람자가 역사를 안다는 가정하에 영화를 만든다. 그렇다면 관객이 영화를 보기 전에 해야할 일은 자명하다. 영화가 다루는 역사에 대한 공부, 그게 필요한 것이다. 역사를 모르면 영화를 보며 역사를 배우면 되지만 공부하려고 영화를 보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좀더 재미있는 관람을 위해서는 역사를 공부하고 나서, 역사가 그렇게 전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제작자가 바라는 것도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강요되고 수동화된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그것 역시 하나의 노예의식일 뿐이다. 그리스인들은 달랐다. 그들은 아크로폴리스, 아고라를 통해서 토론을 생활화하였다. 때문에 역사상 그 어떤 시기, 그 어떤 나라보다 진정한 의미의 자유의식을 갖고 있었다. 헤로도토스 식으로 말하자면, 레오니다스 왕과 스파르타 용사들이 정말로 강할 수 있었던 것은 근육 때문이 아니라, 자유를 향한 갈망 때문이다.

 

페르시아는 그리스를 잡아먹으려다 과도한 국력의 소모로 멸망을 했다. 아테네는 페르시아의 침략을 잘 막아냄으로써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한 나라의 멸망이 다른 나라의 번영에 자양분이 되는 것이 또한 역사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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