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베이컨 신논리학], 홍성자 글, 김광옥 그림, 김영사, 2009.
나는 오래 전부터 독서에 대해 고민이 많다.
읽고 나면 머리 속에 남아있게 하나도 없어서 그게 고민이다.
물론 컴퓨터처럼 책 한 권이 내 머리에 스캔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쥐꼬리만큼도 기억이 안날 경우의 허탈함이란.
그 허탈함을 벗어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써보았다.
어느날, 책을 통째로 워드로 쳤다.
그 책은 바로 [백범일지]다.
지금도 내 컴퓨터속에 고스란히 남아있긴한데,
역시 기억에 남은 게 별로 없다.
어찌되었건, [백범일지]는 내게 특별한 책으로 기억되고 있으니,
소득이라면 소득이겠다.
최근 블로그에 독서와 관련된 글을 자주 올린다.
올린글을 다시 읽고 있노라면,
재미도 없고, 내용도 없고,
그렇다고 책 소개를 제대로 한 것도 아니고...쩝!
독서와 글쓰기의 방향을 새로 잡아야 할 것 같다.
어제는 '소박한 독서가'님의 블로그를 찾아가,
통째로 다 읽었다.
독서와 글쓰기에 관한 책은 어지간히 다 읽은지라,
그닥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물론 아주 부럽기는 하였다. 어찌 그리 잘 쓰시는 지...)
어느 유명한 사상가가 이런 말을 했다.
(정확히 기억이 안나서 그냥 내 기억대로 써봤다.)
“하나의 책을 반복적으로 읽어서,
더 이상 정신에 득이 없을 때, 독서가 끝이 난다.”
[베이컨 신논리학]을 그렇게 읽어보았다.
총 3번을 읽었는데,
내 정신에 득이 더이상 없다고 느낀 것은 아니었지만,
책장이 술술 넘어가길레 읽기를 그쳤다.
그리고 이렇게 리뷰를 쓰고 있다.
(사실 리뷰라 말하기도 부끄럽다.
난 왜 이따위 정도로 밖에 글을 못쓰는 걸까?)
독서 방법은 어느 순간 완성될 성질의 것은 아니다.
계속 고민하며 나만의 독서법을 만들어가는 것일 뿐.
책 이야기는 않고 또 사설이 길었다.
이제 책 이야기로 들어가볼까나...
고등학교 시절, 지겹도록 외운 것이 있다.
“대륙의 합리론과 영국의 경험론!”
대륙이란 프랑스를 가리킨다.
대표적인 사상가로는 데카르트가 있다.
경험론의 선두주자는 베이컨이었다.
이런 얕을 지식을 달달 외웠고,
내가 공부 좀 한다는 터무니없는 자신감을 가졌었다.
[신논리학]을 책을 읽으며, 부끄러웠다.
500년 전의 사람보다도 아는 것이 더없다는 것이.
그런데도 나는 왜 그리 터무니 없는 자만을 했을까?
이 책을 통해 내가 아는 것이 얼마나 없는가를 알았으니,
그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겠다.
베이컨은 근대 학문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사상가이다.
그런데 인간이 좀 치사하더라구.
자신을 아끼고 보살펴준 친구를 배반하질 않나,
아부로 법관이 되질 않나,
법관이 된 다음에는 뇌물을 받질 않나,
법정에 서서도 전례 운운을 하질 않나.
그러다 불명예 퇴직까지.
사상가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기대한다면,
아주 재수없는 사람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상은 대단하다.
베이컨이 왜 대단할까?
그건 당시 철학계의 신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그늘을 탈출했다는 것이다.
트루먼 쇼에서 짐케리가 탈출하는 것 만큼이나 대단한 일이란 말이다.
[신논리학]은 인간의 이성이 가진 한계를 철저히 분석해서,
학문의 발전을 위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베이컨 스스로 자기는 대단한 사람임을 자부하였다.
뭐 사실에 부합하니 뭐라 할 말은 없지만...그래도)
인간 이성의 한계를 4가지로 요약하였는데, 그것이 우상론이다.
우상론은 나를 위해서 한 번 정리할 필요가 있다.
첫째가 '종족의 우상'이다.
인간이 인간이기 때문에 가지는 편견이 '종족의 우상'이다.
(인간이 말하는 손은 앞발이다.
이것도 종족의 우상이 되려나...)
둘째가 '동굴의 우상'이다.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인간 지성의 한계가 '동굴의 우상'이다.
(나는 심각한 동굴의 우상에 사로 잡혀있다.
내가 제일 잘났다는 그런...ㅎㅎ)
셋째가 '시장의 우상'이다.
용어의 부정확함이 학문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한다는 것이 '시장의 우상'이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과 남들이 말하는 사랑이 다르다.
그래서 사랑에 대한 정의가 그렇게 많은 것이구.
그래서 사랑을 두고 말들이 그렇게 많은 것이다.
이게 시장의 우상의 예가 되려나...)
넷째가 극장의 우상이다.
기존 대가에 대한 무비판적 맹종이 극장의 우상이다.
(블로그하면서 대단한 블로거를 보면서,
맹종하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좀 그렇기는 하지만...
물론 그 분들의 잘못은 절대 아니다.)
이 4가지 우상을 어떻게 하면 깰 수 있을까?
베이컨은 '실험'과 '관찰'을 통한 귀납적 추리로 깰 수 있다고 보았다.
베이컨은 실제 ‘열’을 가지고 실험과 관찰을 하였다.
그리고는 귀납적 추리를 전개하여 결론을 끌어내었다.
그 결론이 뭐냐면,
"열의 본질은 ‘운동’이다."
허걱! 오늘날과는 비교도 않되게 과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1500년대에,
얻어낸 결론이 이리 정확하다니...
베이컨의 방법론은 엄청난 것이다.
[신논리학] 원래 6권으로 기획되었다.
그런데 2권의 중간에서 집필이 중단되었다.
미완으로 끝나서 아쉽기는 하지만,
미완이기 때문에 베이컨이 더 대단하게 보이기도 한다.
베이컨은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을 마구마구 깠다.
원래 크려면 대단한 사람을 까야하는 것인가 보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나 플라톤이 만만한 사람은 아니니,
베이컨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을 했겠는가?
베이컨은 자신의 학문이 '방법론'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방법론'이자 하나의 훌륭한 '철학'이기도 하다.
500년이 넘게 지난 지금 ‘자연과학’이 일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늘 베이컨이 있으니,
베이컨의 의지는 충분히 관철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베이컨의 경험론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첫번째는 뭐냐면,
자연을 공존의 대상이 아닌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건 확실히 틀린 생각이었다.
(다 맞으면 베이컨이 신이지 인간이겠냐?)
그래서 베이컨은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한다.
두번째는 뭐냐면,
귀납적인 연구로 얻은 진리는,
진리로 증명이 안된다.
하나의 예외만 발견되어도 무너져 버리니까.
'블렉스완'이론이라고,
검은 백조가 한마리만 발견되면,
백조라는 말자체가 무의미해져 버린다는 이론도,
베이컨을 깨기에 참 적절한 이론이다.
베이컨의 한계를 잘 지적한 사람이 버트란드 러셀인데,
난 러셀이라는 이름도 생소하다.
하지만 러샐의 책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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