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서른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 일상의 성실함이 주는 것들

독서

by 빈배93 2011. 9. 3. 06:30

본문

 

[서른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 김선경, 걷는나무, 2011.

 

[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은 신중하게 구입한 책이다. 직접 서점에 가서 10페이지를 넘게 꼼꼼히 읽었다. 목차도 충실히 보고 앞 뒤의 표지에 쓰여진 글도 봤다. 읽는데 5일 정도 걸렸다. 마음 먹으면 이틀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었건만, 그러지 않았다. 읽어나갈수록 후다닥 읽을 그런 책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해야 할 몇 가지류의 책과 같은 구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런 책과는 궤를 달리한다. 저자 김선경은 대단히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좋은 생각]의 본부장이라는 이력이다. 그녀는 그 좋을 것만 같은 자리를 과감히 버린다. 그리고 사장이 되어 월간 [작은 숲]을 발행한다. 불행히도(저자는 그것이 불행이 아니고 또 다른 행복의 시작이라 생각하고 있다.) [작은 숲] 25권을 발간하고 망한다. 저자는 집에 있으면서 이 책을 썼다.

 

성공한 사람이 책을 내어놓는 경우가 많다. 독자들은 그들의 성공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배울거리들을 찾는다. 반면 실패한 사람이 책을 내어놓는 경우는 적다. 실패를 떠올리며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그리고 세상의 조롱도 기꺼이 감당할만한 용기도 필요하다. 저자 김선경은 그럼에도 불구하도 본인의 실패가 또 다른 행복의 출발이었음을 끊임없이 되뇌인다. 나는 그게 참 좋았다.

 

작가 김선경을 만나서 이야기 해보면 이렇게 말할 것만 같다.

 

나 사업 망했어. 일찍 시작해 일찍 망해보니 세상이 또 다르게 보이더라구. 그래서 나이 마흔에 불완전하지만 지금까지의 삶을 정리해보고 싶었어. 그래서 나온 게 이 책이야.”

 

[서른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은 곰삭은 맛은 없다. 애시당초 마흔은 그런 나이가 아니겠는가? 곰삭은 음식도 좋지만, 풋고추 같은 싱싱함도 좋다. 이 책은 풋고추같은 향내를 뿜고 있다.

 

나이 40에 저자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책을 읽다보면 참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애면글면하지 말자.” ‘애면글면이 뭐지 싶어 사전을 찾아보니 이런 뜻이었다. ‘[부사] 몹시 힘에 겨운 일을 이루려고 갖은 애를 쓰는 모양.’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녀의 삶이 보인다. 글로 먹고 사는 삶이 힘겹고, 그럼에도 뭔가를 이루려 무진 애를 썼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얻은 깨달음이 "애면글면 하지 말자"는 한없이 평범한 말이다. 그러나 내게는 평범할지언정, 저자에게는 결코 평범할 수 없는 그 말을 얻은 것이다. 

 

이 책의 최고의 장점을 이야기해야겠다. 이 책은 인용이 대단히 다채롭다. 게다가 그 내용이 좋다. 출판일을 하면서 수많은 인생의 고수들을 인터뷰했고, 수많은 양서들을 읽었다. 가리고 가려낸 주옥같은 글귀들이 책 전체에 널려있다. 저자 김선경의 말보다 그 인용이 나는 훨씬 매력적이었다. 김홍기, 황병기, 엄홍길, 이창호, 법륜 스님, 이경자, 한비야……. 셀 수 없는 명사들과 직간접적인 접촉과 끄덕임의 흔적이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녀가 읽은 책 본 영화들 모두가 한 번은 읽어봐야 할 것들이란 생각도 들었다.

 

필자와 저자 김선경은 나이가 3살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다. 나는 과연 마흔에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를 자문해본다. 지금처럼 열심히 살면 어쩌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혹자는 마흔에 본인의 인생을 담은 책을 내는 것이 너무 성급하다고도 생각한다. 아무렴 어떠랴? 독자가 읽어주면 고맙겠지만, 읽어주지 않아도 나에게 쓰는 편지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이 책은 내게 금광이었다. 소개하고 싶은 구절이 너무 많아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마음 아프지만 딱 두 개만 소개하고 내 감상을 얹어본다.

 

*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시시포스는 신을 속인 죄로 바위를 산 정상으로 밀어올리는 형벌을 받는다. 산꼭대기에 다다르면 바위가 굴러 떨어져 다시 밀어올리기를 반복하는 영원한 형벌이다. 인간의 삶을 시시포스에 빗대곤 하는데, 화가도 끊임없이 작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통 사람들의 노동하는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또 다음 작품을 구상해야 하고, 그 사이를 파고드는 허무함과 피로감 역시 똑같은 것이다. 그 무기력을 이겨내는 힘이 바로 창조력이다. ‘창조가 뭐 대단해 보이지만 황주리 선생은 창조란 천재성이나 타고난 재능보다 일상의 성실함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그녀는 매일 오후 2시에서 새벽 2시까지 열시간 가량 그림을 그린다. 토요일 일요일은 쉰다. 직장에 출퇴근하듯 틀림없이 시간을 지킨다. 이런 생활의 단순함과 자기 절제가 그녀의 예술가적 상상과 감성을 확장시켜 왔다. 이런 생활의 단순함과 자기 절제가 그녀의 예술가적 상상과 감성을 확장시켜 왔다. 신부와 승려들이 지극히 단순한 생활을 하면서 깨우침을 구하는 것과 비슷하다.(162)

 

요즘 내 일상은 이렇다. 새벽 530분에 일어나 출근준비를 한다. 1시간을 달려 직장에 도착해 컴퓨터를 켜고 블로그를 살펴본다. 수업 다녀와서 책을 읽는다.(책을 열심히 읽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하는 수업이 매말라진다. 책을 읽지 않고 수업을 하면 스스로에게도 불만스럽고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덜 된다.) 책을 읽기 싫으면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읽는다. 점심식사는 후다닥 하고, 남는 시간을 이용해 베드민턴을 친다. 다시 후다닥 샤워하고 오후 수업을 한다. 그리고 비는 시간이 오면 글을 쓴다. 적어도 원고지 5매은 넘기려 애를 쓰고 있다. 퇴근을 하고 아이들과 놀아준다. 집사람은 컴퓨터 앞에 앉지말라고 성화다. 그럼 슬쩍 모니터만 끄고 아이들과 논다. 아이들을 일찍 재워야하기에 9시면 이부자리를 깔고 온 가족이 누워서 책도 읽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한다. 행복하다. 이런 평범하기 그지없는 날이 행복하다. 아마도 내 행복의 근원은 위의 인용에 나오는 일상의 성실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지극히 단순하지만, 한발씩 내딛는 발걸음. 난 그게 좋다. 그리고 그게 내 행복의 근원이다.

 

*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측은함을 느끼는 건 그들에게 욕망이 없어서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연구를 하고, 농사를 짓는 등 무언가 정신을 쏟으며 일하는 노인은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216)

 

학교에 있다 보면 정년이 다된 선생님을 늘 보게 된다. 어떤 분은 초라하게 보이고, 어떤 분에게선 연륜의 무게를 보게 된다. 위의 글을 읽어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사립학교에 근무하는 나도 언젠가 그분들처럼 정년을 하게 될 것이다. 초라하게 보이고 싶지 않은데, 초라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았으니 기분이 좋다. 글을 쓰고, 연구를 하고,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무언가에 정신을 쏟으며 일하면 되는구나 싶다. 그리 살아야겠다. 집에서 학교에서 일상의 성실함을 유지하면 그 연륜의 무게라는 것이 내게도 생기지 않을까?

 

음미하고 싶은 구절들을 남기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행복을 찾는 하루가 되십시오.

 

* 피터 버클리는 권투 선수다. 19년 동안 299번 싸웠다. 31번 이겼으며 256번 패배했다. 나머지 12번은 무승부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많이 진 권투 선수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세상의 기록일 뿐이다. 버클리 자신은 스스로가 세상에서 가장 많이 경기를 한 권투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기려고 권투를 하는 게 아니라 권투가 좋아서 경기를 한다. 링에서 온 몸이 멍투성이가 되어 내려오는 중에 누군가가 가로막고 다음 경기를 하자고 하면 그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승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기에 그는 그토록 오래 싸울 수 있었다. 어떤 것을 하든 잘하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두 달, 일이 년 해본 실력으로 평생 목숨을 걸고 하는 사람과 비교하는 것은 오만이다.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만큼만 하겠다고 생각하면 서툴고 느린 과정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18)

 

* 황병기 선생에게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은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길 바라느냐는 것이었다. 전 세계인들에게서 현대인의 정신적 해독제라는 찬사를 듣는 선생의 답은 소박하기 그지 없었다. “나는 그저 내 방문을 잠그고 앉아 가야금을 뜯는 것만으로도 족합니다. 내가 죽은 뒤에는 나의 존재조차 잊히길 바랍니다.” 선생은 예술가라는 걸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예술이 뭐 그리 중요하냐는 투였다. 가야금을 좋아하고 즐기면서 열심히 살다간 한 사람으로 만족한다는 뜻이다. (중략) 결국 우리가 평생 삶에서 이뤄가야 할 것은 자기답게 사는 길을 찾는 것이리라.(24)

 

*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했다.(26)

 

* 등반가 엄홍길 대장과 북한산에 오른 적이 있다. 위험한 산에 왜 기를 쓰고 올라가느냐고 묻자 그가 말했다. “히말라야가 나를 불렀다고 할까요. 나는 부름에 응답했을 뿐이지요. 사실 히말라야에 오를 때마다 후회합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위험은 커지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해지죠. 99퍼센트가 포기하고 싶고 단 1퍼센트만이 그래도 가야 한다고 마음속에서 소리치는데, 1퍼센트를 붙잡고 한 발자국씩 올라가는 겁니다. (중략) 히말라야는 사방이 위험하지요. 언제 설벽이 무너질지, 언제 발밑이 푹 꺼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한 발만 어긋나면 천길 아래로 추락할 수도 있습니다. 안전한 길은 아무 데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한 발 한 발 내딛어 길을 만드는 수밖에요.”(30)

 

* 프로바둑기사 이창호는 바둑에 졌을 때 패배의 아픔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사람들 많은 곳을 벗어나 산책을 한다. 천천히 걷다 보면 서서히 마음에 안정이 찾아온다. 나는 그래도 패배 후 심리적 후유증을 비교적 빨리 극복하는 편이다. 승부사 직업이 체질에 맞는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는 이겨도 내용이 나쁘면 후유증을 겪었는데, 요즘은 져도 내용이 괜찮으면 빨리 회복된다.”(38)

 

*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욕구는 참아야 하는 것으로 교육받았다. “한 번 해봐라는 격려보다 하지 마라는 말을 더 자주 들었다. 착하다는 칭찬은 잘 참았다는 뜻이며, 스스로 참을성이 많은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자기소개서 장점란에 꼭꼭 적어 넣던 문구는 참을성이 많으며……였다. 잘 참는다는 무언의 격려가 참아도 되지 않는 것까지 참게 만들었다. 정말 배워야할 것은 참아야 할 일과 참지 말아야 할 일, 좋은 욕구와 나쁜 욕구를 구분하는 법이다.(46)

 

* 권민 대표의 말처럼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회사야말로 좋은 회사이며,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나를 위해 일하는 자세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59)

 

* 살아보니 결혼이란 퍼즐 맞추기다.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을 끝없이 맞춰 가야 한다.(65)

 

* 법륜스님이 결혼할까요, 말까요를 묻는 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결혼을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결혼을 했으면 결혼 생활이 행복하도록 하고, 혼자 살면 혼자 사는 것이 행복하도록 해야 한다. 행복은 결혼 자체와는 상관없는 것이다.”(68)

 

* 중요한 것은 일찍 일어나는 데 있지 않다. 아침형 인간이 던지는 메시지는 어떻게 시간을 활용하는지, 혹 낭비되는 시간은 없는지 돌아보라는 것이 아닐까.(83)

 

* 세르주 티스롱 박사는 비밀은 자녀들에게 완벽해 보이고 싶은 욕망이나 부모를 이상화하는 데서 비롯한다고 말한다. 완벽한 부모, 완벽한 가정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문제라는 것이다. 부모가 이런 태도를 보이면 자녀는 부모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으려고 자신이 저지른 실수나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지 못하고 감추는 데 익숙해진다. 비밀이 비밀을 낳게 되는 것이다. 부모도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 연약하고 실수하고 때로는 비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나 자신에게도, 자녀와 부모, 다른 가족에게도 좀 더 솔직할 수 있다.(122)

 

* 남과 다른 선택을 하면 왜 불행해질 거라 생각했을까. 꼭 그 길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 그리고 다른 길로 들어서면 그게 인생의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인생에는 꼭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줄 알았던 선택을 하느라 알게 모르게 포기한 일들이 많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131)

 

* 사람들은 밥벌이로서의 일이라고 혹평한다. 그러나 달인들은 오히려 밥벌이이기 때문에 더욱 혼신을 바쳐 일한다. 나를 살리는 밥, 밥을 벌어주는 일보다 귀하고 엄숙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138)

 

* 충청 지역에서 보일러공으로 일하면서 시도 쓰는 이면우 시인의 화염 경배.

 

보일러 새벽 가동 중 화염투시구로 연소실을 본다/고맙다 저 불길, 참 오래 날 먹여 살렸다/, 돼지고기, 공납금이 다 저기서 나왔다/녹차의 쓸쓸함도 따라 나왔다 내 가족의/웃움, 눈물이 저 불길 속에 함께 타올랐다.

 

불길 속에서,/마술처럼 음식을 끄집어내는 여자를 경배하듯/나는 불길처럼 일찍 붉은 마음을 들어 바쳤다/불길과 여자는 뜨겁고 서늘하다/나는 나지막이 말을 건넨다 그래, 지금처럼/나와 가족을 지켜다오 때가 되면/육신을 들어 네게 바치겠다.(138)

 

* 완벽한 인생은 없다. 그렇다면 완전한 용서도, 화해도, 완전한 치유도 불가능하다. 그런 마음들이 뒤죽박죽되어 살아갈 뿐이다. 불완전한 삶이지만 그대로 껴안고 가는 것, 그게 나를 위해 내가 할 일인 것 같다.(145)

 

* 행복해지는 일은 생각보다 쉽다. “행복은 사소한 일에 관심을 기울일 때 생겨난다. 불행은 사소한 일들을 무시할 때 생겨난다고 빌헬름 부쉬는 말했다. 어느 누구의 삶도 특별하지 않다. 다들 근심과 슬픔, 기쁨이 얽힌 일상을 살아간다.(152)

 

*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시시포스는 신을 속인 죄로 바위를 산 정상으로 밀어올리는 형벌을 받는다. 산꼭대기에 다다르면 바위가 굴러 떨어져 다시 밀어올리기를 반복하는 영원한 형벌이다. 인간의 삶을 시시포스에 빗대곤 하는데, 화가도 끊임없이 작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통 사람들의 노동하는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또 다음 작품을 구상해야 하고, 그 사이를 파고드는 허무홤과 피로감 역시 똑같은 것이다. 그 무기력을 이겨내는 힘이 바로 창조력이다. ‘창조가 뭐 대단해 보이지만 황주리 선생은 창조란 천재성이나 타고난 재능보다 일상의 성실함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그녀는 매일 오후 2시에서 새벽 2시까지 열시간 가량 그림을 그린다. 토요일 일요일은 쉰다. 직장에 출퇴근하듯 틀림없이 시간을 지킨다. 이런 생활의 단순함과 자기 절제가 그녀의 예술가적 상상과 감성을 확장시켜 왔다. 이런 생활의 단순함과 자기 절제가 그녀의 예술가적 상상과 감성을 확장시켜 왔다. 신부와 승려들이 지극히 단순한 생활을 하면서 깨우침을 구하는 것과 비슷하다.(162)

 

* 같은 재료라도 누가 요리하느냐에 따라 요리 방법도 맛도 다르다. 하물며 우리 인생은 어떠랴. 펑펑 쏟아지는 눈송이는 같은 모양이 단 한 개도 없다고 한다. 대기의 기온과 수분이 눈의 형태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중략) 그러므로 내가 가지고 있는 재료를 최대한 살려 가장 맛있는 요리법을 찾아내야 한다.(204)

 

*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인생의 부자라는 것이다. (중략) 소아마비 장애인이었던 바이올리니스트 이자크 펄만은 더 극적이다. 뉴욕 링컨 센터 연주회에서 바이올린 줄이 끊어지는 상황에도 그는 바이올린을 바꾸지 않은 채 세 줄로만 연주를 했다. 관중의 뜨거운 호응 속에 연주를 끝낸 이자크 펄만은 말했다. “때로는 자신에게 남아 있는 것을 갖고 아름다운 작품을 창조하는 것이 바로 예술가가 하는 일입니다.”(207)

 

* 의식주에 쏟는 노동을 타샤는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노동으로 바꾸었다. (중략) 요리하고 빨래하고 꽃을 가꾸고 그림을 그리고, 이런 사소한 일상의 활동으로 혼자서 행복을 만들 수 있음을 타샤는 보여 주었다.(212)

 

*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측은함을 느끼는 건 그들에게 욕망이 없어서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연구를 하고, 농사를 짓는 등 무언가 정신을 쏟으며 일하는 노인은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216)

 

* 살아 있다는 것, 산 자란 무엇인가? 겐지는 어떤 상황에 처하든 최후의 최후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헤쳐 나가려 발버둥치는 자야말로 진짜 살아 있는 자라고 말했다. 그의 눈에 현대인은 한없이 나약하며 일평생 엄살만 부리다가 죽는 사이비 산 자. 겐지는 모든 것이 풍요로운 시대,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대충 생계가 해결되는 환경에서 인간은 기를 쓰고 살아가는 재미마저 빼앗겼다고 한탄한다. 그다지 가혹하지도 않은 현실로부터 줄곧 눈을 돌리고 별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온갖 핑계를 대며 살아가는 이들, 이들이 귀 기울이는 것은 고작 자신들의 처지를 어루만져 주는 부드러운 위안의 말일 뿐이다. 좀 더 게으름을 피우며 살라거나, 사랑만 있으면 무슨 수가 날 것이라거나, 염려를 내려놓으라는, 나중에 알고 보면 해악만 끼치는 황당한 말에 위로받으며 안도한다는 것이다.(245)

 

* 엄마가 되어 인생이 복잡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모성이 내 삶의 중심이 되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가는 실마리가 되었다.(260)

 

* 기회란 내가 원하는 상황이나 일 또는 사람이 나에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어느 날 문득, 내 머릿속에 하면 되지 않을까?’하는 영감이 떠오르고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을 때 비로소 기회는 만들어진다.(267)

 

* 기회가 없다고 말하지 마라. 다만 보지 못할 뿐이다. 기회를 놓쳤다고 아쉬워하지 마라. 기회는 시내버스보다 자주 온다. 남들이 기회를 모두 차지해 버렸다고 억울해 하지도 마라. 내가 찾는 한 그것은 고갈되지 않는다. 시험에 붙은 것도 기회지만 떨어진 것도 기회다. 승진도 기회지만 유급도 기회다. 돈이 많은 것도 기회지만 돈이 없는 것도 기회다. 세상 모든 것이 기회다. 살면서 세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고 믿고 기다리는 사람에겐 딱 세 번의 기회가 오지만, 널린 게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하루에도 몇 번씩 기회가 찾아온다.(272)

 

* “배우는 연기할 때보다 연기하고 있지 않을 때가 더 중요하다. 일 없다고 낙심하지 말고 활동적으로 다녀라.” (중략)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진다. 가난한 화가가 몇 개의 물감만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법을 터득하듯, 어려울 때 비로소 삶을 풀어 가는 나만의 방식이 만들어진다.(278)

 

* 잘하지 못해도 하고 싶다면 하는 게 맞다. 꿈은 적은 재능긴 시간이 만나서 이루어진다.(287)

 

* [아티스트 웨이]를 쓴 줄리아 카메론에게 한 중년 여인이 피아노를 배우고 싶지만 나이 때문에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제가 피아노를 잘 칠 때 즈음이면 몇 살이나 되는지 아세요?” 그러자 카메론이 대답했다. “물론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것을 배우지 않아도 그 나이를 먹는 것은 마찬가지죠.”(290)

 

* 조지 도슨은 평생 문맹이었다. 부끄러움에 자신을 속이며 살다가 98세에 알파벳을 외웠다. ‘시간이 너무 없어서날마다 열심히 공부한 끝에 101세에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책을 펴냈다. 지난해 100세 할머니 해리엇 앰스는 평생소원이었던 교육학 석사를 땄고 이튿날 지병으로 숨을 거두었다. 꿈을 찾아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늦고 빠름이 없으며, 시간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먼저였다.(292)

 

* 술에 취하여/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놓았다./술이 깨니까/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다시는 술 마시지 말자/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294)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