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부산답다는 것, 바다
2011년 12월 12일(월) 부서 회식을 다녀왔다.
부산시 남구 용호동 894-55번지(T. 635. 0707)에 위치한 오륙도 가원嘉苑.
먹을거리도 괜찮았지만, 볼거리가 더 괜찮은 식당이다.
이 건물은 2011년 부산다운건축상 금상을 받았다.
부산답다는 것이 뭘까?
사람들이 농담조로 말하는 부산의 정신없는 부산스러움은 아닐테고…….
그들이 말하는 부산답다는 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바다'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건물이 상을 받게된 이유를 여러모로 추론해본다.
# 2 겸손한 양보의 미덕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을 보기 위해선 강가에 가야만 한다.
한강을 바라보기 좋은 곳은 어디든 아파트와 빌딩이 막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강가에 늘어선 아파트와 빌딩은 위압적이고 이기적이다.
나만 잘 볼 수 있으면 그만인 것이다.
한강은 그렇게 콘크리트의 견고한 성벽에 둘러싸여, 민중의 시선을 마주하지 못한다.
'오륙도 가원', 이 건물은 겸손하게도 납작히 엎드려있다.
언덕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바다에서 언덕을 바라보는 것도 방해하지 않는다.
돈 많이 벌려고 지은 식당인데, 용적율·건폐율이 형편없이 낮다.
덕분에 주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은 건물의 횡포에 시달리지 않는다.
혼자만 우뚝하려는 사람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준다.
# 3 정원의 중층구조
식당 입구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작은 수반 너머의 잔디밭과 잔디밭 너머의 푸른 바다!
감수성이 예민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저 소쇄원이 시내를 집안으로 끌어들여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했다면,
이 건물은 바다를 내 집안의 정원으로 끌어들여 자연 속에 있으려 한다.
도시의 막힌 공간에 살다보면 마당이 있는 집이 그립다.
마당이 있고 그 마당 너머에 한없이 너른 품의 바다가 있는 정원의 중층구조.
그것이 이 건물의 두번째 미덕이다.
# 4 떠나가는 모든이에게 위로와 격려를
이 건물에서 4년간 함께 근무한 선생님과 마지막 식사를 하였다.
인간세상 어느 곳에서인들 또 만나지 않겠는가?
다시 만날 때 세파에 찌들리지 않고 저 바다처럼 평온한 얼굴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세상 어디에서든 순수함과 겸손과 넓은 마음을 갖고 살아갈 수 있기를…….
[나의 부산 여행기] 온가족 놀이터 부산 박물관 (0) | 2012.01.22 |
---|---|
[나의 부산 여행기] 강제이주로 실향건물이 된 망미루 (0) | 2012.01.21 |
끝없는 다음뷰 순위의 추락 (0) | 2012.01.18 |
[나의 안동 여행기] 장승·하회탈·해설사·글귀·담장 (0) | 2012.01.17 |
어지간한 책 한 권보다 나은 15분 강의 (0) | 2012.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