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장승을 보며 지역색을 가늠하다
최근 여행 경험에 의하면, 장승만큼 지역색을 잘 드러내는 것도 없다.
하회마을 하면 역시 하회탈.
당연히 장승도 하회탈을 이용해 조각해놓았다.
옛날부터 그래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 2 사람을 푸근하게 하는 하회탈
하회탈을 보면 처진 눈매와 처진 볼살·턱살이 사람을 푸근하게 한다.
젊게 보이기 위해 위로만 올려붙이는 현대인들의 성형문화.
얼마나 더 젊고 이뻐보일지는 알 수 없으나,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3 아무도 찾지 않는 해설사 할아버지
하회마을 첫 집 앞에는 마을에 대한 안내판이 있다.
그 옆에 서 계시는 해설사 할아버지.
지나가는 관광객 누구도 해설을 요구하지 않았다.
해질녘 차가운 공기 속에, 할아버지는 우두커니 서 계셨다.
내가 안내판을 읽고 있으니 다가오셨다.
그리고 설명을 해도 되겠냐고 하셨다.
그래주십사하고는, 성의껏 듣고, 메모를 하였다.
부산에 비해 무지하게 추워서 볼펜이 잘 나오지 않자, 목에 걸고 있던 펜마저 빌려주셨다.
#4 우물이 없는 하회마을
해설사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것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하회마을에는 우물이 없다는 것이다.
이유인즉, 하회마을이 行舟形의 지세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물은 땅에 구멍을 뚫는 것이니, 비유하자면 가는 배에 구멍을 뚫는 것이 된다.
그래서 옛부터 마을마을 주민 모두가 낙동강 물을 직접 길어먹었다고 한다.
# 5 좋은 글귀를 가까이 하는 전통
마을 어디를 가든 수많은 글귀들이 문門마다 당堂마다 붙어있다.
그 의미를 곱씹어보면 재미난 것들이 많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의미를 곱씹을 능력을 가진 사람을 나는 거의 보지 못하였다.
한문 교육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애한정愛閑靜, 수명진守明眞."
얼마나 멋진 말인가?
한가하고 고요함을 사랑하고, 밝고 참됨을 지킨다!
옛 사람들은 글의 주술성을 확신한 것 같다.
계속 보고 외다보면 절로 그렇게 된다는 확신.
내 얼마 살진 않았지만, 과연 그렇게 됨을 누차 경험하였다.
# 6 담장의 기하학적·비정형적 무늬
하회마을 담장은 획일적이지 않고 골목마다 조금씩 다르다.
어떤 것은 기하학적인 무늬를, 어떤 것은 비정형적인 무늬를 갖고 있다.
도심의 길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얼마나 멋대가리 없는 공간 속에 살고 있는지 자각하게 된다.
멋대가리 없는 공간을 만든 것은, 멋대가리 없는 우리 자신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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