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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 매콤버의 짧고 행복한 생애] 규율을 어기고 얻은 죽음

독서

by 빈배93 2012. 1.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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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전날 농땡이 부리다 아내의 눈치를 봤습니다

 

   내일은 설날입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본가에 올라갔습니다. 집사람이 제사 음식 만드는 것을 거들어야 했거든요. 덕분에 저는 종일 두 아이를 돌봐야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나 처럼 농땡이를 좀 부렸지요. 낮잠도 좀 자고, 책도 좀 읽고…….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집사람의 표정이 굳어있었습니다. "내일도 낮잠 자면 나 화날 것 같아." 오늘을 일찍 자야겠습니다.

 

 

농땡이의 일환으로 헤밍웨이의 단편소설을 하나 읽었습니다

 

   10년도 더 전에 고모부의 집에 갔다가 빌려온 책이 본가에 꽂혀 있더군요. 『헤밍웨이 단편선』이었습니다. 책에 실린 첫 단편소설 「프란시스 매콤버의 짧고 행복한 생애」를 읽었습니다. 출판사도 번역자도 지금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제목도 「프란시스 매콤버의 짧고 행복한 생애」와 완전히 같지는 않았습니다. 부유하고 멋스러운 매콤버 씨가 아프리카로 사냥을 떠났다가 사고로 아내의 총에 맞아 죽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죽음에 직면한 들소의 필사적인 공격을 저지하던 남편 매콤버를 위해 그의 아내가 총을 쏘는데, 그 총탄에 매콤버 씨가 숨을 거둡니다. 사고였는지 고의였는지, 소설을 다 읽고 난 지금도 애매합니다. 

 

 

헤밍웨이는 각자가 인생의 규율을 지키지 못하면 참을 수 없었나 봅니다

 

    궁금해서 책의 후미에 있는 해설을 읽어보니, 고의로 봐야할 것 같기도 한데, 그마저도 확신을 못하겠더라구요. 헤밍웨이는 소설을 통해 스스로의 인생에 있어 규율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죽어 마땅하다는 메시지를 자주 전달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헤밍웨이 자신도 소설가로서의 규율을 지키지 못한 괴로움에 자살을 했다고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매콤버씨는 이전의 사냥에서 사냥꾼의 규율을 어기고 사자를 보고 겁에 질려 도망을 쳤습니다. 그 때문에 죽음으로 결말지었다고 생각됩니다. 하나 더 드는 생각은 가장으로서의 규율을 어기고 아내의 외도를 방관해서 죽음으로 결말지었다고 볼 수 있을 법도 합니다.

 

 

상상력은 경험에 의해 제한을 받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헤밍웨이는 사냥을 좋아하는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고, 사냥을 취미로 삼았습니다. 실제 아프리카로 사냥 여행을 떠나기도 했고요. 자신의 사냥용 총으로 자살까지 합니다. 박완서의 소설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소설이라는 것이 작가의 상상에 의해 쓰여지는 것이지만, 작가의 경험이 작가의 상상의 범위를 결정한다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그래서 헤밍웨는 『노인과 바다』 같은 사냥과 관련된 소설을 많이 쓴 것 같습니다. 하나더 드는 생각은 헤밍웨이는 당대 최고의 지성이었지만, 취미로 하는 사냥의 '비정함'을 생각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오늘날에는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임에도 말입니다. 사람은 시대와 공간에 의해서도 그 사고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는 척', '잘난 척'하는 글은 좋은 글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동안 쓴 독서 리뷰를 읽다보면, '아는 척' '잘난 척'하려는 저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막상 오늘 읽은 소설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말이지요. '아는 척' '잘난 척'하는 글이 결코 좋은 글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짐작가는 만큼'만 글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언젠가 저도 좋은 글을 쓸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좋은 글은 본인의 경험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새겨봅니다. 아이들과 집사람은 모두 잠들었고, 저 혼자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내일은 낮잠을 자면 혼날 것 같으니 11시 전에는 자겠다고 집사람과 약속을 했습니다. 다들 좋은 명절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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