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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000자만 쓰는 생태적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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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배93 2012. 2. 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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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스님은 읽다가 자꾸 덮어지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했다. 원용찬의 상상+ 경제학 블로그가 그런 책이다. 책을 읽다가 전주 콩나물국밥의 원조인 삼백집의 욕쟁이 할머니 이야기에서 책장을 덮었다. 

 

   ‘삼백집은 이름 그대로 하루에 300그릇만 팔아서 붙은 이름이다.(이제는 300 그릇을 넘게 판다고 한다.) 거기에 대해 원용찬은 이렇게 말했다.

 

   “사실 나와 내 가족이 먹고 살기에 적합할 정도만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다지 많은 노동시간이 필요치 않다. 필요 노동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추가적으로 시장에 내다 팔아 이윤을 얻고 또 그것을 축적하기 위해서는 나머지 여유로운 시간까지 깡그리 사용해야 할 것이다. 욕쟁이 할머니는 하루에 딱 300그릇만 팔고 그 대신에 여유의 시간을 얻었을 것이다. 내가 아는 어떤 프리랜서는 만약 자기가 자동차를 사면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루에 2시간을 일해야 한다며, 그래서 자동차 없이 걸어다니고 그렇게 해서 주어진 2시간을 자신이 주체가 되어 마음껏 쓴다고 한다. 이 또한 생태적 사고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사고방식이다. 헨리 데이빗 소로의 윌든에서 줄기차게 강조되어온 내용이다. 먹고 살기에 적합할 정도만 일하기! 여기서 '즐거우면서 실력이 늘어갈 정도만 글쓰기!'를 생각해 보았다.『윌든』을 읽을 당시에는 생태적 사고와 글쓰기를 연결해서 생각치 못했다. 현재의 고민이 책 읽기를 결정한다고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요즘 글쓰기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크다.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읽고 생각을 하느라 여유시간을 깡그리 소모하고 있다. 누가 쓰라고 강요하는 것도, 글을 써야만 먹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욕쟁이 할머니의 300그릇 이야기에서 느낀 바가 있다. 예컨대, 하루에 1000자만 쓰기! 많은 시간을 붙들고 있다고 글이 잘 써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많이 쓴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다.(글쓰기에도 한계효용체감이라는 경제학 법칙이 적용된다.) 제한된 분량을 정해놓고 딱 그만큼만 쓴다면, 글쓰기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원용찬이 말한 생태적 사고이자 생태적 글쓰기일 것이다.

 

   “한정된 판매는 비시장경제의 영역에 속한다. 할머니는 자신이 먹고 사는 데 필요한 노동시간을 투입하여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나머지 시간은 이윤을 축적하는 대신 넉넉한 일상을 즐겼으리라.”

 

   글쓰기를 통해 얻는 즐거움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도가 지나쳐 넉넉한 일상을 즐기는데 방해가 되어선 곤란하다. 분량을 제한해서 조금만 쓰기! 그것이 필요한 요즘이다.(여기까지 1137자이다. 1000자 만 쓰기! 오늘부터 실천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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