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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집에 사는 것이 부담스러워야만 하는 그 마음

잡동사니

by 빈배93 2012. 5. 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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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를 했다. 평수를 조금 늘였다. 방은 여전히 3개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평수가 큰 집이나 작은 집이나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었다. 집사람이 이런 말을 한다. “집이 너무 넓어서, 부담스러워.” “넓어서 좋기만 한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 역시 조금은 부담스럽다. 큰 집을 살 능력이 없는 것이 서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큰 집에 사는 것이 부담스러워야만 하는 그 마음이 더 서러운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라도 일부러 평수를 늘였다.

 

   옛날 집은 거실에 전등 하나면 되었는데, 새 집은 두 개를 켜야 한다. 전기세가 걱정이다. 옛날 집은 10분 정도면 청소가 끝났다. 새 집은 두 배나 더 걸리는 듯한 느낌이다. 안방에서 현관까지의 거리가 어찌나 먼 지, 아침 출근 시간이 늘어난 느낌이다. 남들이 들으면 한 100평쯤 되는 집으로 이사한 줄 알겠다. 실은 그 반도 못 된다.

 

   거실의 한 벽면을 책장으로 채웠다. 세로로 7, 가로로 8. 56칸에 책을 채워 넣었다. 아래쪽 21칸은 아이들 책으로, 위쪽 35칸은 내 책으로. 원래는 모두 내 책만의 자리였다. 결국 자리를 뺏긴 21칸의 내 책들은 베란다 책장으로, 창고로 들어가야만 했다.

 

   이사한지 거의 한 달이 됐는데, 아직도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살면서 차차 정리해야지라는 어머니 말씀은 옳지만, 내 급한 성미가 받아들이질 못한다. 그래서 이사하고 일주일도 안 되어 정리를 끝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뭔가를 이동해야만 했다. 완전히 내 집 같은 편안한 느낌. 이것을 얻어야, “정리가 끝났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집사람은 이사하면서, “아무 것도 사지 말자!”고 했다. 그래서 아무것도 안 샀다. 아이들 책 세워두는 책장과 블라인드를 빼고는. 사는 것을 싫어하는 집사람. 소비하는 인간에 회의하는 내게는 딱 맞춤이다.

 

   좌우지간 넓어서 좋다. 아이들은 집에서 달리기를 한다. 현관에서 안방까지 한참을 뛰어 다닌다. 짜식들. 좋은 세상에 태어났다. 내 너희 만할 때는 할머니, 고모, 삼촌에 우리 가족까지 7명이 좁은 집에서 바글거리며 살며, 방 가운데에 앉았다는 이유만으로 야단을 맞았었는데…….

 

   이제 글 그만 쓰고 청소를 해야 한다. 스팀 청소기 밀고, 화장실 청소까지 해야 한다. 내 집이니까, 새 집이니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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