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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근엄은 가라, 유머의 시대가 왔다

독서

by 빈배93 2012. 5.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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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2011.

 

   “웃음을 읽으셨다고요? 어땠나요?”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였어요.”

 

   “어떤 점을 두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세상의 모든 것을 엮어내는 능력. 그러면서 시종일관 흥미진진함을 놓치지 않는 솜씨. 그런 점을 두고 한 말입니다.”

 

   “간단한 줄거리를 말씀해주시겠어요?”

 

   “장르구분을 하자면 추리소설 쯤 됩니다. 그래서 줄거리를 말하면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은 김이 빠질 수도 있어요.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할게요, 프랑스 최고의 코메디언이 의문사를 당합니다. 부검까지 실시해서 낸 결론이 심장마비에요. 타살의 이유도 없고, 정황도 없어요. 그런데 한 수습기자가 타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취재를 합니다. 그리고 결국은 타살임을 입증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베르나르 특유의 흥미진진한 상상력이 발휘되죠.”

 

   “특별히 재미있는 부분이 있었나요?”

 

   “개인적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서는 특별히 재미있는 부분은 없다고 생각해요. 다 재미있죠.(웃음).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에요. 그의 소설의 대사를 하나하나 따로 떼어놓고 봐도 상당한 독서와 사색의 흔적이 깃들어있어요. 웃음에서 제가 주목한 부분은 심리학적인 분석들이었습니다. 최근에 심리학 서적을 몇 권 읽어서 그런지, 그런 부분이 유독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프로이드와 융의 심리학에 근거를 둔 작중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를 분석하는 부분이 명쾌하게 다가오더군요.”

 

   “결국 웃음을 통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하고자 한 말은 무엇입니까?”

 

   “주제를 물으신 거네요. 이게 사실 제일 어려운 부분이죠. 하기야 주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 있다면, 학계로 가지 블로그로 오진 않을 겁니다.(웃음) 그래도 굳이 이야기해보렵니다. 인용부터 해볼까요? 2권의 제일 마지막 페이지에 이런 대사가 나와요.

 

   이따금 우리의 생각이 명철해질 때면 세상만사가 사람들이 말하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우리의 정신이 집착에서 벗어나 초연해지면 우리 자신까지 조롱할 수 있어요.」 「우리가 웃는 까닭은 현실을 초월하기 위함이에요.

 

   우리는 너무나 근엄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나 조직에 속한 사람들은 더 심하죠. 농담을 자주하면 실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혀버리죠. 서구에는 그래도 조크라는 것이 교류의 중요한 수단이라고 알고 있는데, 동양권에서 특히나 주자주의에 찌든 우리나라는 더 근엄한 것 같아요. ‘창의적이라는 말이 나온 지 이제 꽤나 되었잖아요? 그 창의가 나오는 중요한 통로가 자유로운 마음 내지 정신이라는 말도 이제는 식상할 정도이고요.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사람에게 창의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요. 그 근엄함을 무너뜨리기 위한 좋은 무기가 유머고 웃음이죠. 유머와 웃음을 통해 근엄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이죠.

 

   베르나르는 생각이 명철해지면-사태가 심각하지 않음을 깨닫게 되고-집작을 벗어나 초연해 지고- 자신을 대상으로 농담하고 조롱할 수도 있음이라는 틀을 제시했는데,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유머에 익숙해지면 - 집착을 벗어나 초연해지고 - 심각하던 일도 사실을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 생각이 명철해진다.’ 이런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소설가 성석제의 글을 예전에 읽었는데, 대충 이런 글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근엄함이 판치는 세상은 숨막히다. 골리앗을 쓰러뜨린 것은 조그만 다윗이었다. 근엄함이라는 골리앗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세상사를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농담이 필요하다.베르나르와 성석제의 웃음에 대한 기본적인 사고구조가 참 비슷하지 않나요? 시기상으로는 베르나르의 이 책 보다 성석제의 글이 먼저였습니다. 대단한 우리나라 소설가죠.(웃음)

 

   “추가로 하실 말씀 부탁드려요.”

 

   “제가 선생이잖아요. 학교라는 사회가 참으로 무거워요. 농담 좋아하는 선생 찾아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에요. 근엄한 교사상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백이면 백 모두가 근엄하다면 학생들이 얼마나 숨이 막히겠어요. 그래서 나부터라도 조금은 웃긴 선생이 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바로 사람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농담으로 시작하는 수업을 하는 선생. 이것도 참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여튼 수십 년간 경직된 얼굴 근육을 풀기위해서는 자주 웃어야겠지요. 웃는 얼굴에 침 못 뱉고, 웃는 집안에 복이 온다는데…….

 

 


웃음. 1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1-11-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웃음의 성배는 어디에 있는가?베르베르 특유의 상상력이 탄생시킨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웃음. 2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1-11-2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웃음의 성배는 어디에 있는가?베르베르 특유의 상상력이 탄생시킨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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