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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게 시지프스의 고행을, 커피!

독서

by 빈배93 2012. 5. 1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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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뜨인돌, 2009.

 

   사이토 다카시가 쓴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을 읽었다. 황금·종교·파시즘·커피 등 각기 다른 하나의 소재로 세계사 전체를 조망하고 있다. 세계사에 입문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썼다고 하는데, 깊이에 대해서는 글쎄다 싶다. 어쩌면 내 교양이 깊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 수도…….(건방진 놈. 웃음)  '커피'에 대한 서술이 특히나 흥미로웠다. 그래서 나머진 생략하고 그 부분의 서술에 나의 생각을 얹어보려 한다.

 

   9세기 이슬람의 수피교도들은 밤샘 기도가 잦았다. 종교적으로 아무리 신실해도 오는 잠은 어쩔 수 없는 법. 그들은 각성효과가 있는 음료를 개발했다. 그것이 바로 커피의 시작이다.

 

   서구중심의 근대화를 논할 때, 또 자본주의의 비인간성을 논할 때, ‘커피는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기호식품인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아프리카·아메리카의 노동력을 약탈했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공정무역의 싹이 꿈틀거리고는 있으나, 아직도 다수의 피약탈자에게 공정은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지금도 스타벅스 제국은, 3세계의 극빈 노동자의 피땀을 달러로 바꾸고 있다. 별 생각 없이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쉬는 사람도, 일회용 봉지에 담긴 커피를 타서 마시는 사람도, 비자발적이긴 하지만 약탈에 동조하고 있는 셈이다.

 

   커피는 각성효과가 있는 음료다. 수피교도가 처음 마시기 시작한 이래로, 커피는 언제나 피로한 심신을 깨우기 위한 용도였다. 이러한 커피의 특성은 쉼 없는 발전을 추구한 서구의 근대화와 직결된다. 서구의 근대화의 긍정적인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근대화를 통해 잃은 것을 애써 외면해서도 안 된다. 근대화로 이룩한 자본주의는 흔히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로 비유된다. 자본주의의 기저에는 무엇이 있는가? 인간의 욕망이 있다. 욕구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라면, 욕망은 파멸로 치달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것이다. ‘잠을 줄이고 더 일해서, 더 많은 욕망을 충족시키고 싶다.’ 그 시작에 커피가 있는 셈이다.

 

   커피는 중독성이 있는 음료다. 커피에 있는 카페인이 그 주범이다. 중독 상태에 있는 사람은 스스로의 행동을 선택할 수 없다. 본인이 그렇지 않다고 항변하더라도. 인간의 자유의지에 심각하게 반하는 것이, 중독이라는 말이다.

 

   커피의 각성효과중독성 인류를 시지프스로 만드는 환상의 조합이 된다. ‘중독성으로 자유의지를 꺾어버리고, ‘각성효과로 쉬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끊임없이 황금이 걸려 있는 산꼭대기로 지진 몸을 나아가게 한다. 시지프스를 쉬지 못하게 만든 것이 신의 벌이라면, 현대인을 쉬지 못하게 하는 것이 커피라고 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근대화의 외적 방식이 자본주의로 관철되었다면, 내적 방식은 깨어있는 이성으로 관철되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인간의 이성!’ 과연 그것이 최선의 것일까? 그 이성이 지배한 한 세기가 만들어낸 결과들에 만족해야 하는가? 이성이 만들어 낸 위험에 대해서 애써 눈을 감고 있지는 않은가? ‘이성이 인간이 가진 최고의 것이란 생각도 이젠 수정이 필요할 때다. 나는 이성에 앞서야 할 것이 고요하고 평정한 감정이라 생각한다.

 

   오늘부터 커피를 가급적 마시지 않을 생각이다. 10년을 넘게 하루에 서너 잔을 아무 생각 없이 마셔왔기에, 쉽진 않겠지만. 그럼 이제부터 뭘 마시지? 녹차? 홍차? 국화차? 허브차? 보리차? 중독성이 없는, 각성효과가 없는 그런 차를 마시고 싶다. 그리고 해 떨어진 시간에는 편안하게 쉬어야겠다. 앞으로 내 몸에 일어날 변화가 궁금하다.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저자
사이토 다카시 지음
출판사
뜨인돌출판사 | 2009-10-26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역사의 톱니바퀴는 어떻게 굴러가는가!세계사의 흐름을 다섯 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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