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부가 결혼 10년 만에야 아기를 가졌다. 부부에게 아기는 보물과 다름 없었다. 잠든 아기의 천사같은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남편은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고마워. 이렇게 귀한 아기를 낳아주어서……."
아기가 두 살이 되던 해 어느 날이었다. 남편이 출근하러 집을 나서던 중이었다. 남편의 눈에 식탁 위에 뚜껑이 열린 채로 놓여진 약병이 보였다. 남편은 시간에 쫓겨 문을 나서며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식탁 위의 약병을 꼭 치워놓아요. 아기가 먹으면 큰 일 나."
아내는 아침부터 밀린 집안일을 하느라 바빴다. 식탁 위에는 여전히 남편이 보았던 그대로 약병이 있었다. 아기가 집안을 이리저리 다니다 식탁 위에 놓인 약병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것이 약인 줄도 모르고 마셔버렸다.
병 안에 든 약은 어른도 소량만 복용해야 하는 독한 약이었다. 아이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의사의 어떤 수단도 소용이 없었다. 아내는 그저 멍하게 서서 숨이 멈춰버린 아기를 바라보았다. 아내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동시에 남편을 볼 면목이 없었다.
'남편이 곧 병원으로 올텐데…….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하나?'
곧 남편이 도착했다. 남편은 놀란 얼굴로 아기와 아내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망연자실한 남편은 조금 뒤 정신을 차리고는, 아내에게 조용히 말했다.
"괜찮아. 그래도 당신을 사랑해."
아기를 잃은 부부가 그 뒤 어떻게 살았는지는 알 수 없다. 혹자는 그 부부가 아이 없이 그냥 그렇게 평생을 살았다고도 하고, 혹자는 잃은 아기와 꼭 닮은 아기를 입양해서 잘 길렀다고도 한다. 부모를 잃는 일도 슬프지만, 자식을 먼저 보내는 일은 말그대로 '단장斷腸'의 아픔이다.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범한 아내에게, 진심으로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남편이 과연 있을까? 나는 아내에게 "괜찮아, 그래도 당신을 사랑해"라고 말하기 전에, 아기의 죽음 앞에 오열하지 않은 남편이 허구적으로 느껴진다. 이외수는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의 한 우화에서 '가족을 잃은 슬픔이 없는 집은 없으니, 지나치게 상심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 연장 선상에서 남편을 본다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위의 이야기는 『10일 안에 변신하기』에 나온 이야기를 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크게 변한 것도 없으니, 인용이라고 해도, 혹은 표절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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