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방학 때는 갈맷길 700리를 완주할 계획이다. 왜? 걸으면서 마음공부를 하기 위함이다. 누구는 농사지으면서 마음 공부를 하고, 누구는 절에 앉아서 마음 공부를 한다. 난 걸으면서 마음 공부를 해보려고 한다. 갈맷길 1-1코스를 걸었다. 애초 계획은 1-2코스까지 다 걷는 것이었다. 하지만 너무 더워서 숨 넘어 갈 것 같았다. 하루 걷고 말것도 아니고……. 그래서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했다. 7월 30일 총 12.2km를 3시간 30분 동안 걷다. 주요경유지는 이렇다. "1030 임랑해수욕장 출발- 1130 신평소공원 - 1150 수산과학연구소 - 1230 이동항 - 1240 일광해수욕장 - 1250 식사 - 1340 기장체육관 - 1400 기장군청 도착"
△ 임랑해변
갈맷길 1-1코스는 완벽하게 해안선을 따라간다. 굉장히 더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원했다. 아쉬운 것은 '갈맷길'이라 이름을 붙여놓고, 막상 해놓은 것이라고는 안내판 달랑 몇 개가 다라는 것이었다. 12.2km를 걸으면서 길이 끊기고 헷갈려서 몇 번을 도로로 올라섰는지 모른다. 명색이 걷기 코스인데, 보행로조차 확보가 안 된 곳도 여러 군데였다. 갈맷길 1-1코스는 그냥 이름만 냅다 붙인 것에 불과하다. 손 안 대고 코 풀려고 한 셈이다. 학교에도 보면 그런 게 참 많다. 명칭만 그럴 듯하고, 막상 속을 들여다 보면 아무것도 아닌……. 공무원 사회의 병폐 중에 하나가 그것이다. "실속은 하나도 없고, 그럴듯한 명칭만 붙여서, 티네기!" 갈맷길 1-1코스가 그 전형이다.
△ 신평소공원
그 길을 걸으면서 가장 많이 본 것은 바다이다. 그런데 그만큼 많이 본 것이 하나 더 있다. 고리 원전에 대해 비판하고 항의하는 플랜카드들. 신문으로 방송으로 얼핏 들은 기억은 있는데, 관심 밖이었다. 직접 그 지역을 걸어보니, 해당 주민들에게는 굉징히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 집에서 고리 원전까지 직선 거리가 20km가 조금 더 된다. 만일 사고가 나면 바로 직격탄을 맞을 만한 거리인데, 내 눈에 안보이니까, 내 생업에 직접적인 해가 없으니까 무관심하게 생각해왔다. 멀리서 보면 그것이 다 환상이다. 빈민촌도 멀리서 보면 운치 있어 보이듯이. 실상을 알려면 가까이 다가가서 내 두 눈으로 직접 봐야 한다. 만져도 보고, 냄새도 맡아봐야 한다. 먼저 내가 보는 것이 실상인지 환상인지 고민해 볼 일이다.
△ 신평 소공원에 있는 배조형물 전망대
우리는 눈으로 본 것을 진상이라 믿지만 사실은 대부분 환상에 불과하다. 저 동피랑 마을의 풍경이 주민에겐 지독한 가난이지만 관광객에게는 낭만이듯. 진상만 눈에 보인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 세상을 버티지 못하고 하직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하나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내 눈으로 본 것이 언제나 진상은 아니라는 것, 심지어 그 대부분이 환상이라는 것. 이것만은 인정하고 살아야 할 것이다.
△ 수산과학연구소
갈맷길 1-1코스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가게는 수석 가게다. 엄청 나게 많다. 조선 후기의 문인 심노숭에 따르면 '기장의 바둑돌'이 꽤나 유명했음을 알 수 있다. 길을 가며 혹시 바둑돌을 파는 곳이 있는가 유심히 살펴봤으나 발견은 못했다. 지나치리만큼 수석가게가 많이 몰려 있는 것은 아마도 그런 전통의 유전流傳 때문인 듯 하다.
△ 기장군청
내가 사는 지역을 직접 걸으면서, 내가 사는 모습을 돌아보는 일. 단순한 여행의 차원을 넘어서 자기 수양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뭘 얼마나 어떻게 더 배울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갈맷길 700리를 다 걷고 나면 분명 무슨 소득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 이제 글을 다 썼으니 다시 길을 나서볼까! 길을 걸으며 마음 공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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