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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먹어보지도 못했는데, 바닥에 떨어진 빵

학교2

by 빈배93 2012. 9. 2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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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점 앞을 지나던 길이었다. 학생 하나가 빵 봉지를 뜯다가, 빵을 땅바닥에 떨어뜨려 버렸다. 아이들이 빙 둘러서서, “어짜노? 어짜노?”하며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나는 떨어진 빵을 주워들었다. 흙이 묻은 부분을 손으로 뜯어내고서, “흙 묻은 데는 다 때내었으니, 먹어라.”며 건네주었다. 망설이던 학생은 빵을 받아들고 친구와 함께 어디론가 갔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필시 그 빵은 버려졌으리라.

 

   찐득해진 손을 씻으러 가다가, 내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사건(?)이 떠올랐다. 당시 점심시간에 컵라면을 먹는 아이가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국물 조금과 밥 몇 숟갈을 바꾸어 먹기도 했다. 백 원, 백 원 아껴서 300원을 모아서는 컵라면을 산 어느 날이었다.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교실로 올라오던 중, 다른 아이와 부딪쳐서, 한 입 먹어보지도 못하고 바닥에 다 쏟아버렸다. 학교 뒤쪽 으쓱한 곳에 가서 얼마나 울었던지…….

 

   술 값 몇 만 원쯤 예사롭지 않게 쓰는 지금, 그때 생각을 하면 우습기도 하지만, 여리고 순진했던 그 시절이 문득 그립기도 하다. 내 아들놈도 그런 상황이 오면 필시 나와 같이 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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