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좋은 직업, 교사
뭐라 뭐라 말이 많지만 2012년 대한민국에서 교사는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했다. “현직에 있는 너희들이 자꾸 힘들다고 하는데, 그럼 관둬라. 너희들 아니라도 교사 하겠다고 줄 서 있는 사람들은 천지에 널려있다.” 힘 안 드는 직장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직장에서 좀 더 편하게 생활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사람은 또 어디에 있겠는가? 이렇게 저렇게 머리를 굴려보고 물어봐도 확실한 것은 교직만큼 괜찮은 직업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상적인 교사, 편안한 교사
까놓고 말하자. 선생인 나는 ‘나는 편하면서, 학생에게는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이상적이라 본다. 이 보다 나은 것이 뭐가 있겠는가?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게 가능하냐?’고. 충분히 가능하다. 교육이라는 게 오묘한 측면이 있어서, 선생이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엄청난 열정과 꼼꼼함을 가진 선생을 담임으로 만난 학생에게 물어보면, 그 반응이 대체로 “우리를 옴짝달싹 못하게 한다.” “숨 막힌다.”다. 선생은 피곤하고, 학생은 더 피곤한 그런 상태라면, 차라리 그냥 방목(?)하는 것이 더 낫다. 또 다른 일례로 아주 가끔씩만 간섭하는 교사 중에 학생들로부터 “최고의 담임이었다.”는 평을 듣는 분도 가끔 있다.
혹자는 또 이런 비판을 할지도 모르겠다. “날로 먹으려는 것 아니냐?”고.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좋은 부모를 생각해보라. 스스로 아이 키우는 것이 힘들어 미치겠는데, 좋은 부모가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는가? 최소한 교사와 학생 둘 다 즐겁고 편안해야 한다. 학생들이 그냥 놀고먹게 방치하자는 말은 결코 아니니, 오해하지는 말라. 날로 먹는(?) 부모 중에, 분명 훌륭한 부모가 꽤나 존재한다. ‘훌륭하다’와 ‘고생하다’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나는 오히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편안한 상태에 있는 교사가 좋은 교사가 될 확률이 더 높다고 본다. 몸과 마음이 불편하면 짜증 밖에 더 나겠는가?
집단 환각 증세, 그래도 나는 좋은 교사다(?)
내가 보는 교사의 서열은 이렇다. 최선, 자신은 편하면서, 학생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교사. 차선, 자신은 힘들지만, 학생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교사. 차악. 자신은 편하거나 힘들지만, 학생에게 별 영향을 주지 못하는 교사. 최악, 자신이 편해지려고, 학생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교사. 최선과 최악의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다. 똑같은 노력을 한다는 가정하에, 눈에 보이지 않는 학생에 대한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최악의 교사들은 교사들 내에서도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미 충분히 인지가 된다. 그래서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 소위 말해서 그런 교사들의 말을 안 먹어 준다는 말이다. 문제는 최악의 교사들이 자신은 괜찮은 교사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데 있다. 물론 나머지 서열의 교사도 마찬가지다. 교사라는 집단이 ‘자신만은 괜찮은 교사’라는 집단 환각 증세를 갖고 있다고, 나는 본다. 나 역시 꼭 같은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 우리집 거실. 2012.06.10.
교재 연구만 열심히 하면 좋은 교사냐?
교재 연구를 열심히 한다고 좋은 교사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냥 반쪽짜리일 뿐이다. 나머지 반쪽은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려는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그런데 그 마음가짐이라는 것이, 오랜 시간의 노력과 경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쩌랴? 좋은 교사로 오래오래 남으려면, 좋은 교사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부와 그 공부로 인해 얻은 결과를 현장에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을.
남을 가르치려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수업을 위해서는 교재에 대한 연구를, 교육을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연구를. 교직을 그만 두는 순간까지 연구와 실천을 병행해야 한다. 그러나 내가 보는 교육 현장은 교재에 대한 연구는 나무랄 데가 없으나, 사람에 대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양자를 병행하는 것이 어렵지 않으냐’고? 세상 어떤 직장인이 그 정도의 노력도 없이 남의 돈을 받는가? 교사라면 그 연구들을 그만 두어선 안 된다. 만일 그만 두고 싶은 순간이 온다면, 그때가 바로 퇴직할 때이다.
좋은 교사가 되고 싶다면 좋은 사람이 되어라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이 되라고 했다. 교직도 마찬가지다. 좋은 교사가 되기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하면 좋은 어떤 것도 될 수 없고, 좋은 어떤 것도 만들 수 없다. 요행으로 좋은 어떤 것이 되거나 좋은 어떤 것을 만들 수는 있겠으나, 그것은 찰나의 환상에 불과하다. 그러니 공부하고 그래서 얻은 결과물을 실천하고, 다시 공부하고 그래서 얻은 결과물을 다시 실천하며, 조금씩 조금씩 끊임없이 나아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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