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저녁 시간에 찿아올 손님도 없는데, 누구지 하며 거실의 액정을 바라본다. 낯선 아주머니다. 아무튼 찿아왔으니 현관으로 나간다.
"누구세요?"
"반장인데요, 반상회비 받으러 왔습니다."
아주머니가 반장임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요? 라고 묻고 싶다. 손에 들려 있는 수납 장부를 흘깃보니, 반장이 맞는 것 같기는 하다. 그것도 물론 조작 가능하지만.
"얼만가요?"
"만원입니다."
반상회비라는 게 꼭 내야하는 건가? 대체 누구의 동의로 받는건가? 에이, 이웃간에 돈 만원 갖고 마음 상하는 건 싫으니 그냥 주자.
"잠시만요. 돈 들고 올게요."
만원을 들고 다시 왔다. 돈을 건내며, 물었다.
"반상회비를 얼마에 한 번씩 거두나요?"
"원래 한달에 천원씩인데, 일년치를 한꺼번에 받습니다. 대신 만원을 받아요."
"예∼ 아무튼 수고가 많으십니다."
다시 거실로 들어온다. 집사람이 묻는다.
"뭔데?"
"응, 반상회비 달래. 만원인데, 그것 갖고 주네 못주네 인상 붉히기 싫어서, 그냥 줬어."
"그렇구나. 우린 반상회 어차피 나가지도 않는데 뭐, 아무튼 잘 줬다."
그런데 아무래도 만원을 강탈당한 느낌이다. 이거 법적으로 꼭 내야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디에 쓰지? 알아서 깨끗하게 쓰겠지? 그런 생각은 이제 그만 접기로 한다. 너무 까칠한 주민이고 싶지는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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