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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독일기 4] 커피전문점 Momos에 다녀오다

잡동사니

by 빈배93 2013. 1. 15.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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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5. 맑고 따듯함.

 

○ 지우는 별 차도가 없다. 열은 계속 오르락내리락. 잘 놀고 잘 먹어서 걱정은 덜 한데, 징징거리는 빈도가 잦다. 의사는 편도선염이라고 한다. 내일까지 열이 내리지 않으면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한다. 걱정이다. 오늘 밤에 열이 나지 않아야 할텐데.

 

○ 오늘은 지민이 다섯 번째 생일이다. 나비넥타이를 매어주고(집사람이 시켰다), 케이크 하나 들려서(뽀로로 케이크인데, 지우가 달라고 때를 쓰며 울었다), 유치원에 보냈다. 유치원 파하고 함께 홈플러스에 가서, 생일 선물을 샀다. 「파워레인저 캡틴포스」에 나오는 총인데, 가격은 7만 5천원. 비싸도 너무 비싸다. 직장 잘 다녀야겠다. 무슨 아이 생일에 드는 돈이 - 케이크와 선물을 합해서 - 10만원이 훌쩍 넘으니. 오후에는 이모들이 오셨다. 지민이 생일을 축하해주러.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들까지, 우리 아이들 참 복 많은 가정에 태어났다. 그게 결국은 내가 복 많은 가정에 태어났다는 소리기도 하지만.

 

○ 오전에 지우를 부모님께 맡겨 두고, ‘Momos’라는 커피 전문점에 다녀왔다. 이외수의 책에 이런 글이 있다. “모모스는 결점을 찾아내거나 그것을 찾아내서 비난하고 조소하는 신이다. 인간의 가슴에 창을 만들어 속마음을 곧 알 수 있게 하지 않았다고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 신을 비난한 것은 유명한 예이다.” 인테리어도 근사하고, 커피 맛도 - 잘 모르기는 하나 - 좋다.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한두 시간을 있다 보니 이 가게로 글을 한 번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금세 ‘그래서 뭐 하려고?’하는 생각이 들어 글 쓰는 건 접었다. 아무튼 집사람과 함께 꼭 한 번은 와야겠다.

 

   아메리카노 진한 것으로 - 그것도 큰 컵으로, 가격은 4,500원 - 한 잔을 주문하고, 집에서 가져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승리보다 소중한 것』을 펼쳐들었다. ‘책 읽는데 무슨 4,500원씩이나 써야 하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맛좋은 커피에, 책 읽고 글쓰기에 좋은 분위기에, 스스로는 절대 듣지 않을 음악까지 포함한 비용이라 생각하니, 그리 아깝지 않았다. 가끔은 이 가게에 혼자 오게 될 것 같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승리보다 소중한 것』을 161 페이지까지 읽었다. 이 책을 통해 - 무라카미 하루키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던 간에 - ‘마라톤’이라는 운동이 내 사고의 영역에 자리 잡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마라토너 = 달리는 철학자’란 식의 생각을 하는 듯하다. ‘이봉주 = 달리는 철학자?’ 이건 매치가 잘 되지 않는다. 아무튼 시종일관 현재 시점으로 글을 전개하고 있는데, 현장감이 살아있다. 내 글에도 적용시켜 볼만한 부분이다. 꽤 오래 되었지만, 무슨 책을 읽던, 내 글과 연관 지어 생각하게 된다. ‘평생을 두고 올인할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내 답은, 내 실상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답한다면, ‘어떻게 좋은 글을 쓸 것인가?’일 것이다.

 

   “나는 여행하면서 글 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다음 작품은 올림픽 경기가 양념으로 들어간 여행가가 될지도 모르겠네요.”라는 구절이 있다. 내 쪽으로 당겨보면 이렇게 된다. “나는 여행하면서 글 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나는 학교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글 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나는 아이 키우면서 글 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나는 책 읽으면서 글 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나는 사진 찍으면서 글 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나는 글 쓰는 일을 사랑합니다.”

 

○ 며칠 전 김해 박물관에서 돌도끼를 처음 봤다(예전에도 물론 봤겠지만, 유심히 보기는 처음이었다). 돌에 맞추어서 나무 손잡이를 깎아 놓은 것이었는데, 그게 신기했다. ‘아! 무른 놈이 단단한 놈에게 맞추는 수밖에 없구나. 무른 놈이 아무리 맞추려고 해도 맞출 수 있는 한계가 있겠구나. 결국은, 무른 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단단한 놈만 남는구나.’ 이런 생각은 사람에게 적용해도 무방할 듯하다.

 

○ 집사람이 홍세화의 『생각의 좌표』를 읽고 있다. 물론 나의 강력한 추천으로. "재미 있더라." "자기가 평소에 하는 말이 많이 나오더라."고 했다. 흐뭇한 일이다.

 

 


승리보다 소중한 것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문학수첩 | 2008-07-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무라카미 하루키, 스포츠의 전장에 서다! 마라톤 매니아인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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