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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에게서 체육시간을 뺏지 말라

학교2

by 빈배93 2013. 4.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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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마산. 2013.04.03.

 

   볕이 좋은 봄날이다. 진작에 피었던 매화며 벚꽃은 이제 꽃비가 되어 나풀거린다. 꽃비 아래로 아이들이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대며 까르르 웃고 있다. 웃고 있는 아이의 이름이 누구인지 알 수 없기에, 그 모습은 풍경이 된다.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아이들은 우루루 교실로 뛰어든다. 그 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보다 교무실로 들어간다. 50분 뒤,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떠들썩한 아이들의 소리가 복도를 메운다. 갑자기 의자 뒤가 컴컴해진다.   

 

   "선생님!"

 

   "3학년 할매가 웬일이냐?"

 

   "오늘 4교시가 선생님 수업인데요, 학교 뒷산으로 산책 가면 안 될까요?"

 

   "그래? 좋아. 그런데 너희 반 아이들 모두가 동의한거냐?"

 

   "예."

 

   "수업 시작하는 종치기 전에 도서관 입구에 있는 벤치로 모두 모이라고 전달해라. 한 명도 빠지면 안 된다."

 

   모여있는 아이들과 함께 길을 나선다. 아이들은 둘씩 셋씩 짝을 지어 뒤를 따른다. 뒤따르는 아이들의 소리가 병아리의 그것같다. 조잘대는 그 소리가 매화가 무더기로 피어있는 가지 위로 퍼져나간다. 귀로 듣는 매조도梅鳥圖 같다.

 

   "얘들아, 너희들 체육이나 무용시간이 전혀 없니?"

 

   "예."

 

   "불쌍한 것들. 참 문제는 문제다. 사람이 움직여줘야 하는데……. 이 놈의 나라에서 고 3은 사람이 아니니."

 

   40분 남짓한 시간의 산책. 아이들은 다리가 아프다느니, 덥다느니, 오늘 점심은 맛있겠다느니, 우리 담임샘은 어떻다느니, 지난 체육대회가 어땠다느니, 하며 끊임없이 조잘댄다. 아이들을 교실로 돌려보내며 오는 길에 생각한다. 

 

  걷는다는 행위는 건강한 삶 - 육체적으로 건강한 삶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까지도 - 과 직접적으로 닿아있다. 자의에 의해 걷지 않는다면야 뭐라 할 수 없지만, 타의에 의해 걷지 못한다면, 그 타의는 인간에 대한 죄악에 가깝다. 굳이 죄악을 저지르면서까지 얻고자 하는 것이, 도덕적인 것도 되지 못한다면, 그 죄악은 구원을 바라기에도 부끄러운 것이 된다. 고3에게서 체육시간을 뺏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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