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밥을 먹지 않을 자유를 허하라

학교2

by 빈배93 2013. 5. 28. 09:30

본문

   Liberty 선생이 독서 수업을 하러 교실에 들어갔다. 수업을 시작하려고 학생들을 둘러보는데, 미처 다 먹지 못한 빵을 들고 있는 학생이 있었다. 

 

  「 나가서 먹고 와라. 배고픈 선생님 괴롭다.」는 L의 말에 아이들이 물었다.

 

   「선생님, 점심 안 드셨어요?」

 

   「그래, 안 먹었다.」

 

   「왜요?」

 

   「자유를 위해서지.」

 

   아이들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는데, L 선생이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먹지 않을 자유를 위해서 굶는 거야. 예전에는 선생님들이 사인하고 밥을 먹었어. 그런데 얼마 전부터 선생님들도 식권을 구입해서 밥을 먹어. 그렇게 된 이유가 있단다. 먹었다 안 먹었다 하는 선생님들 때문에 음식이 남거나 모자라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 피해가 너희들에게 갔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렇게 된 건데, 옳고도 타당한 조치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 그런데 선생님은 그게 꽤나 불편하더라고. 왜, 안 먹고 싶을 때가 있잖아? 그런데 식권이 있으니 아까워서 억지로 먹게 되더라고. 선생님이 생각해봤지. 점심 안 먹을 자유가 중요한가, 꼬박꼬박 점심을 먹는 것이 중요한가, 하고. 그래서 결론을 내렸지. <굶자. 일부러 단식이니 금식도 하는데 못할 게 뭐 있냐.> 그래서 점심을 안 먹기 시작했지. 이제 한 달쯤 되었나?」

 

   「식권 사시고, 먹기 싫을 때 안 먹으면 안 되나요?」

 

   「그렇게 해도 안 될 건 없는데, 그건 일종의 죄악처럼 생각되어서.」

 

   「예?」

 

   「생각해봐.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너희들 한 번씩 식권을 버리고 밥을 안 먹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 저 돈은 분명 아이들의 아빠 혹은 엄마가 직장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며 힘들게 번 것일 텐데, 그걸 저렇게 버리는 것은 죄악이다. 물론 선생님은 선생님이 번 돈이라지만, 그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지. 차라리 굶을지언정 그렇게는 못하겠더라고.」

 

   「사모님께 도시락 싸달라고 하시면 안 되요?」

 

   「그것도 생각 안 해본 건 아닌데, 내 자유를 위해서 남을 귀찮게 해서야 되겠냐 싶더라고. 그래서 그냥 굶기로 했지.」

 

   「선생님 배 많이 고프시겠다.」

 

   「물론 배고프지. 하지만 못 참을 정도는 아니야. 그리고 이렇게 선생님이 점심을 먹지 않는 것을 너희들에게 말하는 의도는, 자유를 지키는 데는 희생과 댓가가 따른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야. 물론 또 다른 은밀한 의도도 있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내가 점심을 안 먹는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선생님을 불쌍히 여긴 학생이 빵과 음료수를 갖다 바치게 하려는 음흉한 의도.」그러며, L 선생은 빙긋이 웃었다.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오는 L 선생은 경구를 하나 얻고 흐뭇하였다. 「자유는 배고프다!」 다음 쉬는 시간에 책상 위에는 빵 하나, 음료수 하나가 예쁘게 놓여 있었고, 그 위에 노란색 메모지가 붙어 있었다. 「선생님, 그러시다가 마르다 못해 사라지실지도 모르겠어요. ㅋㅋ. 맛있게 드세요.」 L 선생은 의외라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고, 이내 미소를 띠었다.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