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제자: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었습니다.
스승: 좋네.
제자: 제가 아는 싯다르타의 삶과 많이 달랐습니다.
스승: [싯다르타]의 싯다르타는 싯다르타이자 헤세이기 때문일세.
# 2
제자: 싯다르타 만년의 평온함이 실재할 수 있을까요?
스승: 자네가 느꼈던 싯다르타 만년의 평온함과 실재한 싯다르타의 평온함이 같은 것이겠는가?
제자: …….
스승: [싯다르타]의 싯다르타가 가졌던 평온함과 실재한 싯다르타의 평온함이 같은 것이겠는까?
제자: …….
스승: 평온함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네. 우리의 느낌은 언제나 실재보다 늦다네. 언어는 느낌보다도 한 발 더 늦지.
제자: 실재와는 두 걸음이나 벌어진 셈이군요.
스승: 미세한 시간의 흐름은 커다란 차이를 만드네.
제자: 제가 느꼈던 싯다르타 만년의 평온함은 싯다르타 본인의 만년의 평온함과는 아주 다른 것이겠군요.
스승: 그렇지. 허나 [싯다르타] 속의 만년의 싯다르타가 가졌던 평온함이 자네의 영혼에 파문을 일게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겠지. 그것으로 족하네.
# 3
제자: 헤세의 연보를 보니 상당히 불행하였던 듯 합니다.
스승: 평탄한 인생은 못 되었지. 하지만 불행했다고도 말할 수는 없네.
제자: 어째서 그렇습니까?
스승: 헤세는 만년에 [싯다르타]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네. 회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상처가 아무는 법이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삶은 힘들지언정 불행한 삶은 아닐세.
제자: 그 속에 구원의 가능성이 살아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스승: 스스로를 돌아보는 행위는 실재에 가깝네. 그러니 구원 역시 실재에 가까이 있겠지.
싯다르타
[관독일기] 우리는 달리고 싶다 (0) | 2013.05.03 |
---|---|
[관독일기] 하지 않을 자유를 득하라 (0) | 2013.05.02 |
말[言] (0) | 2013.04.29 |
[材與不材] 누구를 무엇을 위한 쓸모인가? (0) | 2013.04.26 |
새가 운다 (0) | 2013.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