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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꽃 향기 가득한 청양

잡동사니

by 빈배93 2013. 7.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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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뜨기 한참 전에 부산을 떴다. 대천해수욕장에서 장을 본다 점심을 먹는다 하다가, 청양군 운곡면 신대리에 닿은 것은 출발로부터 8시간이 지나서였다. 마당에 잔디가 좋았던 조용한 시골 집. 그 뒤로는 온산을 노랗게 물들인 밤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었고, 그 불순한 향내가 내내 코끝에서 맴돌았다. 청양에 가면 매운 냄새만 날 줄 알았건만, 비릿한 밤꽃 향내는 더 짙었다. 다슬기를 잡는다, 통발을 놓는다, 나물을 뜯는다, 약초를 캔다, 감자를 캔다, 가지를 딴다, 고추를 딴다, 상추를 딴다, 여물을 준다, 개먹이를 준다, 새우를 굽는다, 조개를 굽는다, 돼지고기를 굽는다, 소시지를 굽는다, 술을 마신다, 고기를 먹는다, 산책을 한다, 식구들은 잡고 뜯고 케고 주고 굽고 마시고 먹고 걷고 인간이 할 수 있는 대부분의 행동을 다했건만, 나는 그저 쉬고 싶었다. 그런 내가 식구들은 탐탁치 않았으리라. 

(2013.06.22∼23.)  

 

    용서? 누가 누구를 용서해? 남과 싸우지 않으려면 저 자신과 싸우면 된다. 싸움도 그렇지…… 형제간의 싸움, 부부간의 싸움…… 이긴 쪽의 속이 더 아픈 게 그런 싸움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과의 싸움은 다르다. (이윤기,「패자 부활」,『나비넥타이』, 1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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