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 전화기가 부르르 떨었다. 문자다. 17,360원. 지난 달 사용 요금이었다. 스마트 폰을 쓰는 동료들에게 「한 달에 요금이 얼마나 나와요?」라고 물었더니, 4만원이라는 사람도 있고 5만원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인터넷이 안 되지만 그다지 불편함이 없고, 딱히 전화할 데도 없는 데다, 반도 안되는 요금 때문에 스마트 폰으로 갈아탈 이유가 없다. 간혹 좀더 편하게 메모 기능을 사용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거나, 도보 중에 GPS 기능을 사용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 때면, 스마트 폰이 탐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 기능들이 꼭 필요한 것인가를 자문해보면 언제나 <아니오>라는 답이 나오는지라, 이내 생각을 접고 만다.
20년 전 삐삐 열풍이 불기 전, 그러니까 내가 대학 초년생이었던 1993년에는, 삐삐니 휴대 전화기니 하는 것들이 없어도 사람 만나는 데 그다지 불편함이 없었다. 10분 늦으면 10분을 기다리고, 20분 늦으면 20분을 기다리고, 30분 늦으면 사람 봐가며 기다릴지 갈지를 결정하면 그뿐이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약속 시간이 되지도 않았는데 전화질을 해서는「어디야?」「빨리와.」「먼저 가 있을 테니 찾아와.」, 하며 독촉을 해댄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갑갑증에 안절부절하다가 용케 만나면「왜 전화를 안 받는냐?」며 제대로 짜증을 부린다. 언제 어디서나 전화를 통해 연결된다는 확신은 너무도 간단하게 초조함으로 전환된다. 이는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휴대 전화기가 본래부터 갖고 있는 문제점이다. 휴대 전화기는 떨어져 있는 사람을 이어줌으로써 평안을 선사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 편리함에 길들여진 사람은 그것 없이는 한시라도 평안할 수 없게 되었다. 어느 날 아침,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휴대 전화기 사라진다면, 그제서야 사람들은 관계의 단절에 대한 강박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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