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데 고민이 많다. 일회적인 것은 아니다. 때마다 찾아오는 고민이다. 글을 쓰려다가도 '말자' 싶은 지가 보름 정도 되었다. 경험상 한 달을 넘지는 않을 것이다. 크리스마스 이브날인데, 기숙사에 홀로 있었다. 『한용운 평전』을 마저 읽었다. 만해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거인이었다. 이것 저것 모두 잘 할 수는 없다. 잘 할 수 있다면, 아주 어렵다. 만해가 거인일 수 있었던 까닭은 아내도 버리고, 자식도 버리고, 벗도 버리고, 오로지 신념에만 매진한데 있다. 한용운에 대해서, 혹은『한용운 평전』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하고 싶지 않다. 아래의 내용은 그 중 인상적인 일화 하나이다.
일제의 침탈이 불교계에까지 미쳤다. 조동종과 손잡은 불교계가 만해에게 강연을 요청했다. 연단에 선 만해가 물었다. "제일 더러운 게 뭔지 아십니까?" "……." "똥입니다." "……." "똥보다 더 더러운 게 있는데 뭔지 아십니까?" "……." "진물이 흐르는 시신입니다. 똥을 옆에 두고는 밥을 먹을 수 있었지만, 진물이 흐르는 시신을 옆에 두고는 도저히 밥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그 시신보다 더 더러운 게 있는데, 뭔지 아시나요?" "……." 만해는 버럭 고함을 지르며 말했다. "그게 바로 네놈들이야!"
하수상한 시절이어야 민족의 큰어른이 나온다는데, 이 시대에는 큰어른이 없는 걸 보니, 하수상한 시절은 못 되는 것인가? 얼마나 더 해대야지 큰어른이 나오는 것일까? 흰 눈이 펑펑내려 난지도를 덮는다고 난지도가 정화되는 것이 아니다. 눈이 녹기 시작하면 더 추악한 상태로 드러난다. 물 타고, 말 바꾸고, 침묵한다고 해서 무지와 아집의 똥덩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악취만 더할 뿐.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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