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다 죄수라서 죄다 고개를 숙였다. 간수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건만 누구하나 고개 들지 않았다. 죄의식 때문이었다. 죄다 죄수라서 죄다 두 손을 묶었다. 족쇄에는 손을 묶는 장치가 없었건만 누구하나 몰래 벗는 경우가 없었다. 죄의식 때문이었다. 지하 감옥은 쉴 새 없이 달렸다. 아주 잠시 멈추어 설 때면, 묵은 죄수를 토해내고 새 죄수를 삼켰다. 죄 많은 인간은 얼마든지 많았다. 죄수일망정 자본의 총아에게 무료란 없었다. 꼬박꼬박 이용료를 지불해야 했다. 족쇄 차는 비용은 월말 별도 정산이였다. 죄수들의 고혈을 짜서 지하 감옥은 배를 불렸다. 족쇄 업자들은 배가 터질 지경이었다. 석방을 기다리는 모범수만이 족쇄를 벗고 있었다. 그들은 조용히 책을 보거나 눈을 감고 있었다. 물론 그들 역시 비용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자본주의는 죄인 양인을 구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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