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의 소원이었다. 이름 석 자 걸고 책 한 권 내어보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다. 나이 마흔 하나.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나이에 책을 냈다. 몇 해 전만 해도 아버지는 교수의 꿈을 접은 아들에게 “이제 교수는 못 되는 거가?”하고 조심스럽게 물으셨다. 학위가 없으니 교수의 꿈은 가망 없지만, 다른 꿈 하나 이루어서 아버지께 드린다. 문학 소녀였던 어머니도 좋아하실 게다. 7살 된 아들놈에게 <미운 일곱 살>을 읽어주니, 금방 제 이야기인 줄 알고 하하 히히 웃는다. 5살 된 딸아이도 덩달아 웃는다. 양 옆에 나란히 앉아서 또 읽어 달라 조른다. 유치원 선생님께 한 권 보내드리자고 했더니, 아들놈이 한사코 만류한다. 제 이야기가 부끄러워서인가, 아비의 못난 시가 부끄러워서인가. 책 내는 건 좋은데 부끄러운 책이면 안 된다던 아내가 <시인 안재현 님 축하해요.>하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는 시인이 아닌데……. 시인이 못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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