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評論)
1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작은 세상으로의 여행이다. 안내서 없는 여행은 왠지 불안하다. 소설을 하나 읽었다.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알 수 없었다. 평론을 찾아 읽었다. 아, 그런 소리였나 싶다가, 작가가 이에 동의할까 싶었다. 평론은 여행 안내서이다. 모든 여행 안내서가 제대로 된 길을 안내를 하는 것은 아니다. 설령 제대로 된 안내서라 할지라도, 자유로운 여행을 제한한다는 한계는 여전하다.
2
제2의 창작이라느니 새로운 생명력의 부여라느니 하지만, 평론이라는 것이 결국은 남의 글을 뜯어먹는 것 아닌가. 뜯어 먹지 말고 뜯기자 했다. 그래서 시를 썼다. 시집을 한 권 내고 보니 무엇을 말해도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다.
3
자연은 평가 받으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듯, 인간도 평가 받으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하니 인간에게서 나온 문학도 평가 받으려고 나온 것이 아니다. 평가를 거부하는 자연은 평등하지만, 평가를 좋아하는 인간은 서열화된다. 문학 역시 평가 속에서 신음한다. 서열화된 인간은 한 계단을 더 오르려고 몸부림을 치다가 죽고 나서야 죽음 앞에서는 일체가 평등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평가 속에서 신음하던 문학은 가끔씩 일이 백년이 지나고서야 그 빛을 발하기도 한다. 호평을 받았던 그 수 많았던 글들은 백 년도 못되어 모조리 잊혀졌다. 악평을 쏟아내기에도 불편하고 호평을 하기에도 불안하건만, 쉽게 잊혀짐에 기대어 오늘도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잘난 평론들, 그 평론에 주눅 들어 웅크린 문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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