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울진 백암산(2015.02.13.)
일공사이 번지
그 넓던 길이 차 한 대 겨우 지나는 길이었다.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서는 도저히 오를 수 없던 언덕이 몇 걸음 안 되는 둔덕이었다. 대성약국도 영광반점도 광무여중도 없었다. 광무여중 옆 이발소도 우리집 가는 골목 입구의 쌀집도 영주네 집 앞 오락실도 없었다. 동천도 동천 다리도 동천 다리 위로 붉게 물들었던 노을도 똥물 둥둥 떠가던 동천 다리 아래서도 마냥 즐거웠던 아이들도 없었다. 이 골목에서 왼쪽으로 돌아 동천 다리 건너서 담배집 가기 전에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서 다시 왼쪽 다시 오른쪽 하고 돌아서는데 없었다. 우리집이 없었다. 사차선인지 팔차선인지 하는 도로 위로 차들만 정신없이 달렸다.
참 그랬지. 우리집 뜯긴 지가 벌써 이십 년이지. 우리집이 도로로 들어가 버린 게 이십 년 전이지. 범천 2동 1042번지. 어딘지 설명하기 어려워 짜장면 시키기 어렵던 우리집은 이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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