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다람쥐
by 빈배93 2015. 6. 29. 08:38
향기도 없는 천들이 가을 산에 한껏 피어서
저도 꽃인 양 우쭐 저도 자연인 양 낄낄
시덥잖은 그 소리 듣기가 싫은 다람쥐
하던 일 잠시 접고, 귀 씻으러
상수리 나무 위로 잽싸게 올라가는데
천들이 허리 숙이고 경배를 한다
"요새 진짜 도토리묵 먹으려면
이렇게 직접 주워서 해 먹어야지."
알록달록 천들이 떠난 빈자리에는
빈곤의 악취만 깡통처럼 굴러다니고
긴 겨울 굶주림에 외줄 타는 다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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