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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자점술사(켄 리우)

단편소설

by 빈배93 2024. 2. 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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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전 시대인 1961년, 미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상대로 중화민국과 합동 비밀작전을 벌인다.  미국 비밀 공작원 다이어 씨와 왕따를 당하고 있는 딸 릴리. 야구를 좋아하는 소년 테디와 파자점술사 간 선생. 릴리가 아빠에게 건넨 말 때문에 간 선생과 테디는 죽음을 맞고, 릴리네 가족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다.

 

● 파자에서는 《마법천자문》과, 이념 문제에서는 《지리산》(이병주)과 닮았다.  

 

○ 중국인은 점술의 일환으로 문자를 발명했어. 그래서 모든 한자는 그 속 깊숙한 곳에 마법이 깃들어 있지. 나는 한자를 토대로 사람의 고민을 읽어내고 그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알 수 있다네. 자, 어떻게 하는 건지 보여 줌세. 낱말을 하나 떠올려 보게. 아무 낱말이나.(148)

 

○ 릴리 양. 간 선생은 일어서서 엄숙하게 릴리와 악수했다. 중국에서는 나이 차가 크게 나는 친구 사이를 가리켜 망년지교라고 하네. 나이를 잊은 우정이라는 뜻이지. 우리가 만난 것은 운명이야. 아무쪼록 나와 테디를 언제나 친구로 여겨주면 좋겠네.(153)

 

○ 나는 산둥 지방의 소금 상인 집안에서 태어났네. 유복하기로 소문난 집안이었지. 아이였을 적에 사람들은 내가 영리하고 글재주가 있다고 칭찬해 줬어. 그래서 아버지는 내가 큰일을 해서 간 씨 집안을 빛낼 거라고 기대하셨지. 내가 철이 들 무렵, 아버지는 거금을 빌려서 나를 미국으로 유학 보내셨어. 나는 법학을 전공했다네. 글과 글에 깃든 힘을 좋아했으니까.(167)

 

○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어. 일본은 위대하고 중국은 약해 빠졌다. 일본은 동아시아 전체가 번영하기를 바라므로 중국은 일본의 뜻을 받아들여 항복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말이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일본이 무언가 원하는 게 가능할까? 일본이나 중국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아. 그건 그저 낱말일 뿐, 지어낸 것일세. 일본 사람 한 개인이 위대할 수는 있겠지. 중국 사람 한 개인이 뭔가를 바랄 수도 있을 테고.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이 무언가 바라고, 믿고, 받아들인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나? 나라 이름 같은 다 공허한 낱말일세. 신화일 뿐이야. 그런데 그 신화에는 강력한 마법이 깃들어 있어서 희생을 강요하지. 사람을 양처럼 살육하라고 강요하는 거야.(171)

 

○ 타이완인은 대부분 몇 세기 전 중국의 푸젠 지방에서 건너온 이민자의 후손이라네. 1885년 일본이 중국에게서 타이완섬을 넘겨받은 후, 일본인들은 오키나와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섬을 일본화하려고 했어. 그래서 타이완 현지 출신인 번성런[本省人]을 일본 천왕의 충성스러운 신민으로 만들려고 한 거야. 수많은 타이완인이 전쟁 중에 일본 군복을 입고 싸웠네. 일본이 전쟁에서 패한 후에 타이완은 중화민국으로 반환됐지. 이때 공산당에 패한 국민당 군대가 타이완섬으로 건너오면서 새로운 이민자들이 물결처럼 밀려왔네. 그들이 바로 와이성런[外省人]이야. 번성런은 좋은 일자리를 독차지한 국민당계 와이성런을 미워했고, 국민당계 와이성런은 전쟁 중에 동족을 배신하고 일본을 위해 싸운 번성런을 증오했네.(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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