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날은 읽히지 않던 글이, 어떤 날이 되면 애착이 가기도 한다. 글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 그러고는 노인이 말했어. 그런 아내가 죽은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고, 자신도 이젠 죽어가고 있다고. 그러면서 자신은 평생 질문들 속에 살았다고 하더라. 스스로 질문의 공책이라고 이름 붙인 노트를 늘 들고 다녔다면서 가방에서 꺼내 내게도 보여줬어. 거기에는 왜 나는 이토록 슬픈가, 왜 인간은 충분히 사랑받지 못하는가, 왜 시간은 이토록 빨리 지나가는가 등등의 질문들이 적혀 있었어. 그렇게 적어놓은 질문들 중의 하나가 바로 전평호텔은 사라졌는가, 였어.(64)
○ 좀 민망해진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노인은 다시 이야기를 했어. 청둥오리를 보는 일도, 아내와 밥을 먹는 일도, 또 둘이서 잠드는 일도 모두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상이었는데, 이제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 됐다고.(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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