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사고로 아들 시진을 잃은 어머니. 시진의 수목장에 편지를 남긴 주희. 시진이의 약전을 쓰는 작가. 관찰자로서의 책임감에 대한 이야기. 세월호 사고를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에 대한 은유로 나는 읽었다.
○ 누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어떤 별은 존재할 수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거예요, 라고 연구원은 말한다. 그러니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바라보는 것, 그것이 관찰자로서의 책임감이 아닐까요, 라고 덧붙인다. 밤하늘 관찰이 끝나고 난 뒤, 학생들은 어둠 속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시진이가 찍힌, 그러니까 나도 본 바로 그 사진이다. 연구원은 플래시도 켜지 않고, 작은 빛에도 예민한 사진기가 아니라 핸드폰으로, 어둠 속에 묻힌 학생들을 찍는다. 거기까지 말하고 나서 밤하늘을 관찰하는 태도를 학생들이 잊지 않도록, 어쩌면 책임감을 가지고 이 세상을 바라본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려주기 위해 그 선생님은 그런 사진을 우리에게 찍어주신 게 아니었을까요? 라고 주희가 말했다. 그 목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이 세상이 온전히 내 눈앞에 펼쳐졌다.(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