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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까만 부분에(김연수)

단편소설

by 빈배93 2024. 2. 1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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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사고로 아들 시진을 잃은 어머니. 시진의 수목장에 편지를 남긴 주희. 시진이의 약전을 쓰는 작가. 관찰자로서의 책임감에 대한 이야기. 세월호 사고를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에 대한 은유로 나는 읽었다.

 

누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어떤 별은 존재할 수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거예요, 라고 연구원은 말한다. 그러니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바라보는 것, 그것이 관찰자로서의 책임감이 아닐까요, 라고 덧붙인다. 밤하늘 관찰이 끝나고 난 뒤, 학생들은 어둠 속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시진이가 찍힌, 그러니까 나도 본 바로 그 사진이다. 연구원은 플래시도 켜지 않고, 작은 빛에도 예민한 사진기가 아니라 핸드폰으로, 어둠 속에 묻힌 학생들을 찍는다. 거기까지 말하고 나서 밤하늘을 관찰하는 태도를 학생들이 잊지 않도록, 어쩌면 책임감을 가지고 이 세상을 바라본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려주기 위해 그 선생님은 그런 사진을 우리에게 찍어주신 게 아니었을까요? 라고 주희가 말했다. 그 목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이 세상이 온전히 내 눈앞에 펼쳐졌다.(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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