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이 주제로 글을 쓰게 되었나?
옆자리에 앉은 선생님이 맛집에 가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꽃마을(부산시 서구 대신동 소재)에 함지박이라는 식당에 어탕국수를 먹으러 갔습니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눈에 들어온 숨바꼭질을 하는 아이. '요즘에도 숨바꼭질을 하는 아이들이 있나?'라 생각한 순간, 제 착각이었음을 알았습니다. 그건 벽화였습니다. 순간적으로 저를 속인 기특한 벽화를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벽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함지박 식당 앞의 벽화를 이렇게도 잡아보고 저렇게도 잡아보고
○ 벽화의 다양한 목적
동굴벽화는 주술적 목적으로 그려졌고, 사찰과 교회의 것은 종교적 목적에 의해 그려집니다. 예술적 목적에 의한 창작이 있는가 하면 상업적 목적에 의한 창작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최근 유행하는 빈촌의 벽화는 예술과 상업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벽화의 특징
첫째, 운반할 수 없다.(간혹 고분 벽화를 떼가는 분들도 있지만) 둘째, 크다. 혹은 엄청나게 크다.(이집트 피라미드의 것을 생각해보면) 셋째, 어떤 것들은 거의 영구적으로 보존되기도 하고(동굴벽화의 경우), 어떤 것들은 금방 망가진다.(풍화작용에 무방비상태라서)
꽃마을에서 발견한 또 다른 벽화
○ 대한민국 벽화의 대유행
우리나라에서는 벽화가 유행이 되어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1박 2일의 영향도 무시 못하겠지요? 통영의 동피랑, 부산 감천의 태극도 마을, 부산 동래의 벽산동 등등. 우리나라 어디서든 차를 몰고 가면 1시간 안에 벽화 마을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하면 과장일까요? 대한민국의 벽화는 공공사업이란 명목하에 주로 가난한 마을에 그려집니다.(부자들은 시끄럽고 번잡해서 못 그리게 하는 거라 추측합니다.) 그리고 가끔 그 마을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 늘어나는 벽화마을에 대한 우려
대한민국 벽화의 특징은 공익을 표방하고 있으면서, 집단적으로 창작되고, 비바람에 노출되어 흉물이 될 가능성이 짙다는 것입니다. 벽화가 그려진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단지 즐기기 위해 온 몰상식한 사람들에게 발가벗겨지기도 합니다. 이러다가 어쩌면 대한민국 가난한 마을 전체가 벽화마을이 되어버릴 것 같습니다. 과유불급, 과한 경쟁은 결코 좋을 것이 없습니다. 흔해빠진 걸 보려는 사람을 없을테니까요.
동래 복산동의 벽화
○ 벽화를 그리고 구경하는 매너
벽화마을에 가는 사람들은 대단히 조심해야 겠습니다. 힘든 삶을 사시는 분들에게 힘은 못드릴 망정 인상 찌푸리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벌써 초창기에 이루어졌던 빈촌의 벽화들 중 일부는 흉물이 되어버렸습니다. 벽화 작가들은 애프터서비스의 정신을 잊지 말고, 필요하다면 직접 가서 수정도 해주고 깨끗이 지워주는 성의도 보여준다면 좋은 문화로 정착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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