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박 4일간 수학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블로그 시작하고 이렇게 장시간 블로그를 돌보지 못한 건 처음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웃분들이 방문하여주시고, 격려해주시는 글들을 남겨주셨습니다. 행복합니다. 꼭 얼굴을 봐야만 소중한 이웃이 되는 게 아니란 걸 새삼 느꼈습니다. 저도 여러분들의 좋은 이웃이 되기로 다짐해봅니다. 3박 4일간 그리웠습니다. 이웃님들!
03월 28일 05시 12분. 학교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1시간 남짓한 시간을 가야한다. 06시 30분 출발이기 때문에 일찍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아이들이 깰까봐 조심스레 준비해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05시 17분. 온천장 지하철역 앞으로 왔다. 지금 사는 집이 내 집은 아니지만 하여튼 초역세권임은 분명하다. 05시 21분 첫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무사히 도착했다. 첫 지하철임에도 사람이 많이 타고 있었다. 첫 새벽과 함께하는 이가 바로 그들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보았다.
06시 21분. 아직 출발하려면 10분 정도 남았다. 물론 늦는 아이들이 있어 10분 정도의 지연까지 생각한다면 시간은 넉넉하다. 학교에는 벗꽃에 이어 목련이 피었다. 부산은 이제 봄이라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나의 여행은 이곳에서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06시 28분. 아이들이 거의 다 왔다. 종이 박스를 보고 물었다. "느그 집, 슈퍼하나?" 학생이 대답했다. "아닌데요. 친구들끼리 돈 모아서 산 거, 제가 대표로 들고 가는 거에요. 안에 과자가 68가지나 있어요." 허걱. 68가지라니... 어릴 때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같은 특별한 날에 아버지가 사가지고 오신 '종합선물셋트'가 떠올랐다.
06시 33분. 아이들이 썰물처럼 버스로 밀려가고 있다. 색색의 짐가방을 끌며. 총 15반이나 되기에 이 모습도 장관이었다.
06시 41분. 아직도 버스는 출발을 안 한다. 당연히 아직도 오지 못한 아이가 있어서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여학생의 반응은 두 가지다. 회피 혹은 브이.
06시 43분. 이제 아이들이 다 왔다. 13분 지연이면 대단히 성공적인 출발이다. 우리반은 15반이라 제일 늦게 출발했다.
07시 24분. 을숙도 대교가 보이는 강변로를 달리고 있다. 낙동강 끝자락에 위치한 우리학교의 수학여행은 늘 낙동강에서 시작해 낙동강으로 끝이 난다.
07시 49분. 대동IC로 가는 길은 이미 도심의 기운이 많이 씻겨졌다.
08시 13분. 버스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민민이와 우야는 이제 일어났으려나?' '카메라와 휴대폰 밧데리가 부족하진 않겠지?' '참소리박물관 가면 동영상 촬영도 해봐야지.' 그러다 보니 설레임에 소란스럽던 아이들이 조용해졌다. 자는 모습도 제각각이다.
08시 19분. 언양휴게소에 잠시 정차하였다. 이곳은 나에게 특별한 곳이다. 나의 외가는 경주다. 어릴 때 외가 가는 길에 꼭 들러서 가락국수를 먹었었다. 이제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모두 고인이시라 더이상 자주 들릴 일이 없다.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모두 먹을거리를 하나씩 들고 물고 있다. 감자며 떡볶이며 오징어를 먹는 재미는 여행의 필요충분조건인가 보다.
아침을 먹었는지 안먹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고개를 한껏 뒤로 저치며 베어문 떡볶이가 맛있어 보이긴 하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전국 어디를 가던 깨끗하고 멋스럽기까지 하다. 지자체간의 경쟁 탓이겠지만 이런 경쟁은 언제든 환영이다.
09시 03분. 경주 시내로 들어섰다. 설악산으로 가는 7번 국도틀 타기 위해서는 이곳을 지나야한다. 내가 태어난 곳이자 외가의 추억이 깃든 이곳은, 언제나 나를 아련하게 한다.
09시 30분. 7번 국도로 접어들었다. 창밖을 보고 있자니 제일 자주 보이는 것이 주유소다. '1955원이네. 비싸다.' '내가 뭔 생각을 하는거야! 여행와서는 숫자 생각은 접어두자' 이런 생각을 했다.
도로를 지나다보면 수많은 표지판들을 만난다. 하나 아쉬운 것은 한자가 병기된 표지판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영일迎日'이란 한자를 보면 나는 '해맞이'로 풀어본다. 그리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하지만 한자가 없으면 막막해져버린다. 이명박 대통령의 생가를 지나 첫 목적지인 삼사해상공원에 거의 다와간다.
09시 52분. 바다가 계속 따라오고 있다. [1박 2일]에서 '시청자와 함께 하는 1박 2일'이란 특집이 있었다. 은지원의 시청자는 국악고등학교의 여고생들이었고,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샀던걸로 기억한다. 난 매년 여고생들과 여행을 떠난다. 그것도 3박 4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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