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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학설명회에 참석하신 혹은 참석 못하신 부모님께 올립니다

학교2

by 빈배93 2011. 3.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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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3월 23일) 저희 학년 진학설명회로 부모님을 모십니다. 말로 하기가 거시기해서 그냥 편지를 써서 저희 반 모든 부모님께 드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대단한 교사처럼 보이네요.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니 가려서 읽으시고 느끼시길...>

 

진학설명회에 참석하신 혹은 참석 못하신 부모님께 올립니다.

 

제가 편지를 쓰는 이유

 

안녕하세요? 2학년 15반 담임 ○○○입니다. 귀한 자식을 맡아서 어깨가 한없이 무겁습니다. 총각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제 아이들을 낳고 보니, 학생들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하게 커 왔는지 알게 되었고, 그래서 담임하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학기 초면 진학설명회라는 이름으로 부모님을 학교로 모시고 있습니다. 담임과의 시간도 잠시 갖게 되지요. 전교생 1700명을 모아놓고 순식간에 조용히 줄을 세우는 게 저의 업무 중 하나입니다. 아이들이 조용히 저를 주목하게 하는데 5분이면 충분합니다. 작년에 20분 정도 되는 부모님들을 모시고 많이 떨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할지, 횡설수설하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글을 써서 차분히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제 소개를 드립니다

 

1. 교직에 접어든지 12년 되었습니다. 경력 10년 이쪽저쪽이 열정도 많고 노하우도 적당히 쌓여있는 담임으로서의 최적기라고 생각합니다.

 

2. 담임은 올해로 5년째 맡고 있습니다. 첫해는 아주 엉망이었답니다. 차차 나아졌고, 작년에는 나름 만족스러웠고, 올해는 작년보다 더 좋은 담임이 되려고 과로하고 있습니다.

 

3. 과목은 한문입니다. 우리학교에 90분의 선생님이 계신데, 한문 전공자는 유일하게 저뿐입니다. 학부모님들 대다수가 주요교과를 담당하는 담임을 선호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주요교과 선생님들은 수업이 많아서 아이들 하나하나 신경 쓰고 상담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반면 보충 없고 시간이 많은 한문선생은 아이들에게 신경써줄 수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4. 담당업무는 생활지도부 기획입니다. 이 학교 온지 12년 동안 생활지도부를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그간 맡았던 업무가 교내계, 교외계, 상벌계 등등. 생활지도 부장업무 빼고는 다 하였습니다. 아이들 삐뚤어지게 나가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 확신합니다. 솔직히 학교에서 무섭다고 소문났거든요. 제 개인적으로는 제 자신이 소심하고 쪼잔하고 잘 삐진다고 생각합니다.(사실입니다^^)

 

학교 세면실에 있는 예쁜 인형. 우리 아이들은 얘보다 훨씬 이뻐요.

 

말도 안되는 올해의 목표

 

1.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정말 특별한 아이들이야라는 말을 하루에 한 번씩 꼭 합니다. 그 말에 중독이 되어 자신이 정말로 특별한 아이임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올해의 제1목표입니다.

 

2. 아이들에게 3학년 올라갈 때 내신 석차를 2학년 진학석차의 절반으로 만들어서 올려 보내겠다고 호언장담을 하였습니다. 작년에 7명을 그렇게 만들어(사실은 그 학생들이 열심히 한 것이지만) 올려 보내었습니다. 꿈은 커야 되겠지요? 올해는 모두 절반으로 만들어 올리겠다는 말이 현실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현재 15반은 이렇습니다.

 

1. 지각생이 없는 반입니다. 1초라도 늦으면 반성문을 작성합니다. 현재까지는 아이들이 아주 잘 따르고 있습니다. 상큼하게 아침 시작하는 것, 하루를 위해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 야간 자율학습 때 귀가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거나, 친구들에게 봉사하는 일이 있으면 반드시 귀가증을 발급해줍니다. 반 분위기가 쳐질 때 격려차원에서 발행하기도 합니다. 귀가증을 제시하면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바로 집으로 보내줍니다. 저희 반 자율학습인원은 전교에서 가장 많은 편입니다. 조용한 분위기는 아이들 말에 의하면 독서실 이상이라고 합니다. 믿지 못하시겠다면 아이들에게 물어보세요^^*

 

3. 학생들이 잘못을 하면 반성문을 쓰게 합니다. 체벌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반성문이 5장 모이면 제 편지와 함께 집으로 보냅니다. 대부분 아이들이 집에 가서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어머님들이 우리 아이가 무조건 학교생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시기도 합니다. 사소한 잘못이지만 쌓이면 큰 잘못이 될 수도 있으니 빨리 부모님께 알리자는 차원에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집으로 반성문 갈까봐 벌벌 떱니다^^*

 

4. 1536명 모두 매일 학습스케줄을 짜서 점검하고 일기를 쓰게 합니다. 제가 매일 걷어서 댓글을 달고 있으며, 주말에는 어머님의 댓글을 달아 오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담임과 부모님이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검사하는데 매일 1시간 정도의 시간이 듭니다. 작년에는 너무 힘들어서 6개월하고 그만 두었답니다. 올해는 1년 쭉 가야겠다고 다짐 또 다짐합니다. 제가 포기하지 않도록 부모님께서 많은 관심과 격려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부모님께 부탁드립니다.

 

1. 아침에 지각하지 않도록 잘 지도해주세요.

 

2. 스케줄러에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을 위한 정성스러운 댓글을 부탁드립니다.

 

3. 지각이나 결석할 경우에 반드시 부모님께서 저에게 직접 전화를 주십시오. 간혹 부모님도 모르게 지각 결석을 하고서 다른 곳을 새는 경우도 있답니다.

 

3. 직접 학교를 방문하시기 부담스러우시다면 전화 주십시오. 언제든 상담환영입니다. 인터넷으로도 상담가능합니다. 제 블로그에 방명록에 비밀글로 상담해주셔도 된답니다. 블로그 주소는 자녀에게 물어주세요.

 

4. 1학년 때 보다는 좀 더 우리아이를 믿어주시고 격려해주세요.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지요. 저도 이 방법으로 효과를 많이 봤습니다.

 

우리가 만난 것이 서로에게 축복이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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