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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출판하는 것에 대해 미안해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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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배93 2011. 4.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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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남는 것은 책과 사람뿐이다

 

경상좌도에 퇴계가 있었다면 경상우도에는 남명이 있었다. 이황과 조식은 동시대에 병칭되었다. 오늘날 퇴계는 일본에서까지 퇴계학회가 있을만큼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반면 남명은 그 이름조차 생소한 위인이 되어버렸다. 무엇 때문일까? 퇴계는 이론적 성향의 유학자였고, 남명은 실천적 성향의 유학자였다. 그 결과 퇴계는 거질의 문집을 남겼고, 남명은 퇴계에 비해 얼마 안되는 양의 문집을 남겼다. 퇴계의 제자들은 임진왜란 때 주로 임금을 모시고 피난을 떠났고, 남명의 제자들은 의병장이 되어 조국을 위해 산화하였다. 그 결과 책과 사람이 모두 남은 퇴계가 남명을 압도하게 되었다. 최근 남명에 대한 조명이 경상대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아직도 퇴계에 대한 연구를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 각자의 영역에서 이미 최고였고 지금도 최고이니까 두 명현이 우열을 따지는 어리석음을 범할 필요는 없다.

 

책을 출판하는 것에 대해 미안해하지 말자

 

출판물의 범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어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함량미달의 서적 출판에 대한 염려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개인 소장용 혹은 가족 소장용 책 한 권 내는 것이 무슨 큰 죄는 아니다. 오히려 가족의 역사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권장하고 싶다. 이런 욕심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온 것이다. 양반들이 죽고나면 자손들이 고인의 생전에 써두었던 원고를 문집으로 묶어내는 것은 일종의 의무였다. 그래서 글 꽤나 읽었다는 양반치고 시인이고 수필가이자 경학자 아닌 이들이 없었다. 한문학을 하다보면 어느 것 하나 귀중하지 않은 문집이 없다. 만약 문집으로 엮어내지 않았다면, 그 귀중한 자료들을 어디에서도 찾을 길이 없었을 것이다. 요즘 독서를 좀 한다는 사람들이 읽는 책의 양은 양반들이 읽었던 양의 수십수백배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들은 양반들보다 더 깊고 많은 사고를 한다.('한문'하면 지레 겁부터내고, '한문 잘 하는 사람'하면 엄청난 사고를 소유한 걸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혀 그렇지않다. 일례로 대학원까지 가서 한문학과 씨름한 나의 사고 수준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이 출판해서 안 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 남들이 비웃어도 나는 책을 낼 것이다.

 

아직도 여전히 미숙한 글솜씨지만 지난 3개월간 정말로 부지런히 글을 써왔다. 매일 원고지 10매 정도는 썼던 것 같다. 남들은 비웃겠지만, 3개월 전에 썼던 글들과 최근에 쓴 글들을 보며, 스스로 발전한 모습이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요즘 집사람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이야기가 있다.

"마누라,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내이름으로 책 한 권 낼테야! 자가출판이라는 게 있더라구. 돈 백만원 정도면 지인들과 가족들에게 나누어 줄 수도 있고 말이야. 서점에 내는 건 아니구."

그럼 집사람은 이렇게 대답을 한다.

"할 수 있으면 해 봐! 단, 내가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퀄리티는 꼭 갖춰야해."

내 글의 퀄리티는 아직도 한참이나 멀었지만, 그럴수록 '남은 8개월 더 열심히 써내려가야지'하고 다짐한다. 남들이 비웃어도 올해가 가기 전에 나는 책을 낼 것이다. 적어도 내 자식들에게는 부끄럽지 않은 책을 말이다.

 

빈배의 서재입니다. 1000권 정도되는 책들이 아이들 책에 밀려 자꾸만 창고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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