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자문을 해봅니다. "니가 이런 글을 연재할 자격이 있냐?" 그리고는 자답합니다. "없다." 그리고는 다시 변명을 해봅니다. "[글쓰기 초보탈출]은 내가 탈출하기 위해 쓴, 나를 가르치는 글이다. 그런데도 굳이 포스팅하는 것은 이웃들의 조언을 얻기 위함이다." 그리고 다시 제 마음의 소리를 들어 봅니다. "이놈, 참 자기합리화도 잘하네. 정 그렇다면 기왕 할 거 정성껏 해 봐!"
나는 잠이 오지 않는 날이면, 언제나 엄청난 양의 생각을 한다. 그러다 몇 시나 되었나 싶어 불을 켜보고는,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는 사실에 초조해한다. 불끄고 누워서 생각하는 것은 숙면에 적이다. 하지만 바쁜 세상에 두세 시간을 오로지 생각만 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는 않다. 그래서 가끔 찾아오는 불면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수많은 생각 속에 잠이 들고 아침이 오면, 간밤에 기발하다고 혼자 감탄했었던 그 생각이 도무지 떠오질 않는다. 답답하다. 그렇다고 자다가 일어나서 매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블로그를 시작한 후 내가 바뀌었다. 자다가도 글감이나 기발한 착상이 떠오르면, 벌떡 일어나 휴대폰에 메모를 한다.(항상 그러지는 않는다) 드디어 글 쓰는데 미쳐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급적 잘 때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하지만, 불면의 밤이 와도 이젠 크게 두렵지는 않다.
나는 초고를 주로 지하철에서 쓴다. 17장까지 이미 제목과 흐름을 잡아놓은 [글쓰기 초보탈출]도 지하철에서 순식간에 이루어졌다.(미안하게도 박완서 선생님의 책에 아무렇게나 휘갈겨놓았다) 지하철을 타기 전에 반드시 챙기는 것이 있다. 바로 휴대폰과 볼펜과 책이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 메모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지 않으면 찜찜하다. 찰나의 생각은 그 순간 잡아채지 못하면 날아가 버린다. 곧 집사람이 복직하면(집사람은 저와 같은 학교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육아휴직 중이랍니다) 지하철을 탈 수 없게 된다. 걱정이다. 이러다 매일 글을 쓰지 못하는 사단이 일어날 수도 있다.
100일을 메모하며 요령이 생겼다. 반짝이는 생각을 그대로 다 옮기려다보면, 매모하는 순간조차 소중한 생각들이 새어나간다. 그래서 지금은 재빨리 핵심 단어만을 메모한다. 그 다음에 시간날 때 메모를 보충한다. save율이 90% 이상은 된다. 한편의 글을 쓸 때, ‘착상-구도잡기-집필-퇴고’의 과정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는 착상만 되면 그 다음은 일사천리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착상이라면,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구도를 잡고, 집필하고 퇴고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남들이 써놓은 글 살짝 바꾸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다. 하물며 내가 써놓은 글을 바꾸는 것이 뭐가 그리 힘들겠는가? 착상을 가지고 뚝딱거리기만 하면 되는데.(글을 구성하고, 집필하고, 퇴고하는 과정은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착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다 보니 좀 과하게 표현되었습니다. ‘빈배는 착상의 과정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구나’ 정도로만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정리를 해보자. ① 생활 속 어디에서나 반짝하는 생각은 일어난다. 따라서, ② 언제 어디서든 메모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라. 생각은 오래 머물지 않으니, ③ 전체를 다 쓰려하지 말고 핵심 단어 위주로 재빨리 써라. 그래도 완전하진 않으니, ④ 빠른 시간 내에 메모를 보충하라. 풍부한 내용을 위해, ⑤ 관련자료를 모으라. 그러면, ⑥ 글쓰기 준비 끝!(당신은 이미 90%를 쓰셨군요^^*)
메모만 잘해도 당신은 글쓰기 고수 乃 !
지금 정리 못한 메모 40개가 휴대폰에 담겨있습니다. 포스팅 할 것이 40개가 밀려있다는 말입니다. 휴대폰 뒤의 책에 쓰여진 것이 [글쓰기 초보탈출] 목차의 메모입니다. 아무렇게나 갈겨 놓았지만, 소중한 생각의 편린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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