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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 가서 아이들을 울린 사연

학교2

by 빈배93 2011. 4. 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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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감사드립니다^^*

 

 

 

 

수학여행 셋째날이었다.

수학여행의 하이라이트 반별 레크레이션 시간이었다.

학년부장님이 나를 조용히 불러내시더니 말씀하셨다.

"안선생반 아이들이 초를 몰래 가져왔어요. 다른 반에 몰래 맡겨놓은 것을 봤는데, 깜박하고 있었네요. 숙소에 불나면 큰일이니까, 레크레이션 끝나고 반장 조용히 불러서 회수하고 직접 보관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아이들 흥이 깨어질 수 있으니 레이크레이션 시간에는 불러내지마시고."

나는 '아이들이 초를 켜놓고 진실게임이라도 하려한 모양이군'하고 생각을 했다.

 

흥겨운 시간이 끝나고 조용히 반장을 불렀다.

"은교야, 양초 많이 가져왔다며. 제일 중요한 게 너희들 안전이야. 이해할 수 있지? 초는 선생님이 보관하고 있다가 집에 갈 때 돌려줄께."

그런데, 갑자기 은교가 울었다.

'뜻깊게 준비한 건데 뺏기니 울음이 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지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넘어갔다.

 

레크레이션이 끝나고 아이들의 질서지도를 했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가는데, 우리반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있었다.

몇 명은 울고 있고, 몇 명은 달래주고 있었다.

"얘들아 무슨 일이니?"

아이들은 대답은 않고,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아이들이 나를 아빠처럼 생각하고 있나보다. 아빠는 싫은데, 난 오빠가 좋은데.ㅋㅋ)

갑자기 내 머리가 텅 비어버리는 느낌이었다.

뺏은 그 초가 담임인 나를 위해 준비한 초였던 것이다.

아이들끼리 수학여행 오기 전부터 깜짝 이벤트를 준비한 것이었다.

왜 그걸 눈치채지 못했을까?(덕분에 더 감동적이긴 했지만...)

"얘들아 고마워. 우는 아이들 잘 챙겨주고."

아이들은 방으로 올라갔고, 나는 뺏아든 초를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와서 압수한 초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뭐 좀 풀어줄 방법이 없을까?'

 

그래서 그 초들 중 하나에 불을 붙이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는 각방의 방장인 아이들에게 촛불 사진과 사랑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었다.

  

얼마 뒤 내 휴대폰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문자가 날아오기 시작했고, 그 문자에는 준비한 깜짝이벤트를 못한 아쉬움이 가득했다.

 

문자들을 하나 하나 읽으며 가슴이 뭉클하였다.

그리고 다시 다짐하였다.

내가 아빠는 못되겠지만, 적어도 우리학교에서는 가장 좋은 담임이 되자고.

 

여고선생을 한다는 것은 좋기도하고 싫기도 하다.

 

여학생은 한 번 삐지면 좀처럼 풀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영원히 원수가 되기도 한다.

그것이 싫기는 하다.

하지만 조심만 하면 그럴 일은 좀처럼 없다.

 

무심한 남학생과 달리 여학생은 작고 예쁜 마음을 잘 표현한다.

그건 정말로 선생을 기분 좋게 한다.

그런 맛에 여고선생을 한다면 너무한가?

아무튼 그것이 여고선생하는 최고의 매력임은 분명하다.

 

'입시에 지쳐서, 학교에는 인간미가 사라져버렸다'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인간미 넘치고 정겨운 학창생활도 학교현장에 종종 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면 우리반 아이들에게 이글을 보여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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