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감사합니다^^
고등학교 2학년 첫 중간고사
아이들의 학습 스케줄을 관리한 지 100일이 다되어갑니다.
지난 100일간 아이들에게 공부하는 습관 심어주려던 저의 의도는 상당한 효과를 보았습니다.
아이들의 학습일기에서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오랜 시간을 공부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뿌듯합니다."
그런 일기를 읽는 저의 마음은 더 뿌듯했습니다.
드디어 그 첫 시험대인 중간고사가 5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불안해하는 아이들
스스로가 해놓은 공부시간에 놀란 아이들이 요 몇일간은 이런 일기를 많이 써놓습니다.
"내가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건가?"
"공부한만큼의 성과가 나올까"
"시험이 두렵긴 하지만 빨리 끝나면 좋겠다."
"시험범위가 너무 넓고 과목이 너무 많아 부담스러워요."
담임이 해줄 수 있는 말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댓글을 달아주었습니다.
"넌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어."
"노력은 절대 사람을 배신하지 않아."
"시험을 즐길만한 자격이 넌 충분해. 시험 끝나고 정말 신나게 놀아봐."
"다른 반 아이들은 더 부담스러울거야. 우리반 아이들은 최고로 잘 해왔어."
그래도 아이들의 불안감은 쉽게 해소가 되지 않습니다.
요즘은 가능하면 교실에 가는 것도 자제합니다.
그것 조차도 아이들에게 부담이 될까봐요.
밤을 새는 아이들
일주일 전에 소위 모범생 소리를 듣는 학생이 밤을 꼬박 세웠다고 일기를 썼습니다.
저는 별 생각없이 조례시간에 그렇게 열심히 하는 학생도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 다음날 다른 아이 둘이서 새벽 4시까지 자지 않고 공부하자고 서로 내기를 했다는 일기를 썼습니다.
그 다음날 반장이 5시까지 공부해도 다음날 공부에 별 지장이 없었다는 일기를 썼습니다.
그렇게 늘어난 아이들이 경쟁이나 하듯이 밤을 새고 있습니다.
걱정이 되어서, 조례시간에 아무리 못해도 하루에 5시간은 자야한다고 아이들을 달래었습니다.
그런데 말이 전혀 먹히지 않습니다.
이건 흐뭇한 마음이 아닙니다.
담임으로서 아이들에게 너무 큰 부담을 준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입니다.
안타깝고 안스럽지만 얘들아 시험 잘쳐!
그렇게 공부해야하고 할 수 밖에 없지만, 담임인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따뜻한 말 한마디 밖에 없습니다.
15반 내 새끼들아!
안타깝고 안스럽구나!
그 모든 노력들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시험 잘 쳐라!
혹 기대한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아도 내 마음 속에서 너희들은 이미 최고야!
시험 끝나고 체육대회때 그간의 스트레스 한꺼번에 날려버리자!
시험 끝나고 선생님 블로그 들어와서야, 지금의 선생님 심정을 알겠지? 15반 화이팅^^*
남은말) 이렇게 써놓고 보면 소위 '참교사'처럼 보이겠지만, 민망할 따름입니다. 적당히 걸러서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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