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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역사공부를 할 수는 없을까, [역사가 된 뉴스]를 읽고

독서

by 빈배93 2011. 4.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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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미있는 역사가 없을까?

 

1.1. 재미없던 역사수업

연천 전곡리, 웅기 굴포리, 공주 석장리, 상원 검은모루동굴, 영도 동삼동. 역사하고 생각하니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들이다. 정확하진 않지만, 고등학교 첫 역사시간에 배웠던 구석기 유적지지 싶다. 물론 수업 중에 외운 것은 결코 아니다.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시험기간에 달달달 외웠던 것이다. 20년도 더 지난 지금에도 자동으로 나오는 것을 보니 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꽤나 했었나보다. 그게 내 역사공부의 시작이었고 끝이었다. 고교시절 우리가 봐내야 할 역사는 4000년이 넘는다. 그걸 두 권의 책으로 정리해내어야 한다. 현대와 가까워질수록 더 자세하게 알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재미있기가 가능할까? 단언하건데, 불가능하다! 그래서 기껏 배우는 것이 연표, 왕실계보표, 각 왕조의 정치체제이다. 단원의 예술혼도 한 줄이었고, 추사의 문자향서권기도 한 줄이었다. 역사가 재미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웃기지 말라정해진 학교 수업 시간에서는 절대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역사교육을 할 수 없다.

 

1.2. 재미있는 구석기 체험전

얼마 전에 아주 재미난 포스팅을 보았다. 연천 전곡리의 구석기 축제를 다룬 글이었다.(기억을 더듬어 당시 보았던 글을 찾아보았으나 애석하게도 찾을 수 없었다.) 고등학교 역사책에서 구석기 시대의 유물을 보기는 했다. 하지만 발랄한 고등학생이 거기서 무슨 재미를 찾을 수 있었겠는가? 당시 나에게 연천 전곡리1번 문제를 맞추기 위한 연천 전곡리일 뿐이었다. 군생활을 파주에서 하면서 연천 전곡리가 어디 쯤인지 알게 된 것이 그간의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구석기 축제와 관련한 글은 역사수업으로는 얻을 수 없는 재미였다. 당시의 역사 선생님을 탓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건 역사 교육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했던 시대의 탓일 뿐. 물론 지금도 인프라가 풍부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학교 교육에서 재미와 흥미를 기대하는 자체가 넌센스다. 입시가 사라지지 않는 한. 결국 재미난 역사 공부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질 뿐이다.

 

1.3. 독서를 통한 역사체험

몇 일 전 도서관에 들렀다 흥미로운 책을 발견하였다. 독일의 방송제작자이자 사회자인 클라우스 클레버가 지은 [역사가 된 뉴스]가 바로 그것이다. 꼼꼼하게 읽어가면서 재미난 이야기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엄청나게 재미있었다고 말하기에는, 나의 상식이 너무나 부족하였다. 아무렴 어떠랴? 역사교과서보다는 훨씬 재미있으니. 이 책은 주니어 김영사에서 출판되었다. , 초중등학교 학생을 위한 책이다. 초중등학교 학생이 보기에는 조금 어렵지만, 책을 꾸준히 읽어온 학생이라면 못 읽을 책도 아니다.

 

2. 역사와 뉴스를 바라보는 시각

 

2.1. 역사란 뉴스의 집적물이다.

 

클레버는 방송인이다. 그래서 역사를 뉴스의 집적물로 바라본다. 그래서 책의 각 챕터의 첫머리에 신문기사형식으로 역사의 단편들을 먼저 이야기하고, 그 다음 좀더 상세한 설명이 붙이고 있다. 거의 20년 전에 공전의 히트를 친 [역사신문]이라는 책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보면 되겠다.

 

 

2.2. 오늘의 토픽이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클레버가 한 말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인쇄술을 발명한 구텐베르크에 대한 서술이다.

 

 

역사는 아주 초라하게 시작되기도 하고 거의 눈에 띄지 않을 때도 있다. 550년 전 독일 마인츠에서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금속 활자용 새 인쇄기를 만드느라 고생만 하고 있을 때, 그의 작업장 근처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그가 투덜거리는 소리를 매일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 위에서 역사가 위대한 순간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가 발명한 금속 활자 앞에서 제후까지도 몸을 떨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바로 눈앞에서 당장 일이 터졌는데도, 실제로는 수십, 수백 년이나 더 지나서야 그 사건이 사람들이 입에 본격적으로 오르내리게 된다.(8)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 것도 훌륭한 역사가 될 수 있다. 의미 없어 보이는 오늘의 뉴스 한 줄이 세상을 바꿀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뉴스 하나 하나를 예사롭게 보아선 안 될 것 같기도 하다. 클레베는 뉴스를 통해 역사를 설명했지만, 나는 역사를 통해 뉴스를 새롭게 보게 되었다.

 

3. 역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

 

3.1. 뉴스가 가진 일련의 흐름을 읽어내는 능력

뉴스를 보며 하나의 표를 만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토픽 기사를 몇 일만 모아도 2011년 역사의 흐름이 손에 잡힐 듯하다. 역사공부와 함께 뉴스를 분석한다면 양쪽 다 득이 될 것 같다. 이게 이 책을 읽으며 건진 첫 번째 소득이다.

 

3.2. 문학, 철학, 과학, 종교에 대한 폭넓은 이해.

이 책의 장점은 문학, 철학, 과학, 종교, 사회, 문화 등을 폭넓고 균등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초록할 글들이 꽤 많아서 읽는 중간중간 호흡을 멈추어야했다. 생각할 꺼리가 되는 몇 개의 글을 제시해본다.

 

정치

클레이이스테네스, 독재가 지나간 땅에 민주주의를 심다. 클레이스테네스는 포기하지 않았고 기발한 술책을 고안해 냈다. 그는 당시 유력한 성소인 델피 신전에 상당한 돈을 기부했다. 델피 신전의 여사제는 그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스파르타의 클레오메네스 왕이 신탁을 들으러 왔을 때 아테네의 폭정을 무너뜨리라는 신탁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클레오메네스 왕은 이 말을 따랐다. 클레이테네스를 위한 길을 마련해 준셈이다.(31)

빈배의 생각) 민주주의는 그 출발부터 모략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어떤 사상을 갖고 있던 정치가에게서 모략이 떠날 수는 없다.

 

문화

플라톤은 소크라테스로부터, 현명한 사고는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비로소 자기 안에서 형성될 수 있다고 배웠다. 플라톤은 직접 책을 쓰기는 했지만 독서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오늘날에는 책을 읽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므로 그의 이런 태도를 이상하게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플라톤이 살던 시절에는 그런 교육관이 일반적이었다. 정말 학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지식을 머리에 보존하고 있어야지, 책에 적혀 있는 것은 자신의 지식일 수 없다고 플라톤도 생각했던 것이다. 책이란 어디까지나 지성의 보조수단일 뿐이지 결코 대용물은 아니라는 것이다.(34)

빈배의 생각) 득어망전이라고 하였다. 물고기를 잡으면 그 그물은 잊어야한다.

 

종교

점차 '십자군 전쟁'이란 이름은, 다른 신앙을 가진 적들을 대상으로 전쟁을 벌이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쓰이게 되었다. 그것은 곧 서로 다른 세계관들이 맞붙는 다툼이었다.(109)

빈배의 생각) 다른 세계관을 용납 못해온 것이 인간의 역사였다.

 

철학

이마누엘 칸트의 말을 빌려보자. 계몽이란, 자신의 탓으로 성숙하지 못한 인간이 그 미성숙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출구를 찾아가는 것이다. 미성숙이란 타인에게 이끌리지 않고서는 자신의 분별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미성숙의 원인이 분별력의 부족이 아니라 타인의 도움 없이는 자신의 분별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결단과 용기의 부족에 있다면, 미성숙의 책임은 오직 자신에게 있다. 스스로의 분별에 따라 행동할 용기를 가져라.(229)

빈배의 생각) 용기를 내기 위한 장애물이 너무 많다. 그래서 계몽은 요원한 현실이다.

 

역사

15세기 초 중국의 황제 영락제는 자신의 권세와 왕국의 번영을 과시하기 위해 함대를 제국의 바깥으로 내보냈다. 함대의 제독이었던 정화는 255척이나 되는 거대한 원양용 선박과 금은보화를 실은 62척의 화물선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선단을 이끌고 난징을 출발해 먼 남해로 향했다. 그의 배는 포르투칼의 범선보다 크기가 다섯 배나 더 컸다. 정화는 죽기 1년 전까지 항해를 계속해 동남아시아와 인도, 동아프리카와 이집트까지 여행했다. 최초의 유럽인보다 70년이나 앞서서 정화는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았다. 일곱 차례 이루어진 대항해 때마다 정화는 먼 나라에서 보내는 사신들과 이국의 신기한 동물들을 싣고 중국으로 돌아갔다.(127)

빈배의 생각) 서구 중심의 세계사는 수정할 부분이 많. 과연 그들이 동의할까?

 

3.3. 사람 사는 향기

역사책을 읽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역사책을 사람 사는 향기를 맡기 위해서 읽는다. 몇 년도에 무슨 왕이 뭘 했는지는 별 관심이 없다. 힘없는 민중이던, 좀 살았던 귀족이던, 거대한 권력을 휘둘렀던 왕이건 간에, 하루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간 그 사람들의 향기를 맡고 싶어 역사책을 집어들 뿐이다. 사람 사는 향기가 없는 책은 서재 구석에 찌그러져 버려라.

 

4. 우리 아이에게 어떻게 역사를 가르칠 것인가?

 

아기 둘을 기르다 보니 뭐든 아기 위주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나는 우리아이의 역사교육을 이렇게 하고 싶다.

 

4.1. 가장 쉬운 역사서를 통한 흥미를 주고 싶어

첫째, 만화로 된 역사서를 먼저 읽도록 유도해야지. 그것도 가능한 글자가 적은 것으로. 둘째, 이야기 식으로 된 역사책을 읽도록 유도해야지. 셋째위인전기도 훌륭한 역사서이니 만큼 읽혀야겠지. 가장 중요한 것은 흥미를 읽지 않게 쉬워야한다는 거야.

 

4.2. 박물관으로 가자

첫째, 박물관을 놀이터로 만들어주자. 심심하면 찾아갈 수 있도록. 학교에서는 박물관으로 아이들을 데려갈 수 없잖아. 내가 공부해서 물어볼 때에 잘 대답해주어야지. 책에서 나왔던 물건을 직접 보면 흥미가 생길 수 밖에 없을거야. 가능하면 전국의 모든 박물관을 돌아보는 것이 나의 소망이기도 하니까.

 

4.3. 뉴스를 함께 보며 이야기하자

뉴스를 보며 함께 이야기해보자. 유명한 시사평론가의 말도, 역사가의 코멘트도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나의 생각을 말해보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아비의 생각도 들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역사과 논술의 결합이 뭐 별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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