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물의 왕인 사자가 사냥꾼의 총에 죽었다.
숲 속 동물들이 모여 새로운 왕을 뽑게 되었다.
곰이 말했다.
“내가 제일 크고 힘도 세니까 내가 왕이 되어야 해.”
원숭이가 말했다.
“사자를 죽인 사람과 제일 비슷하고 머리도 좋은 내가 왕이 되어야 해.”
동물들은 원숭이를 왕으로 뽑았다.
동물의 왕이 된 원숭이는 매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놀기만 했다.
보다 못한 여우가 꾀를 내었다.
“저기 가면 맛있는 음식이 잔뜩 있어요.”
여우의 꼬임에 넘어간 원숭이는 사냥꾼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여우가 말했다.
“말 잘하고, 놀기만 하는 왕은 필요 없다구.”
2.
세상에는 말 잘하는 사람이 참 많다.
말 잘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일을 만들어 간다.
말을 바꾸어도 기묘한 논리로 자신을 방어한다.
그래서 주변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언제나 말뿐이다.
3.
말주변이 부족한 사람들이 참 많다.
그들은 결코 말 잘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말 잘하는 사람을 설득하는 것은, 말을 처음 배우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
그들은 그저 묵묵히 일할 뿐이다.
4.
원숭이가 숲속의 왕이 된 것도 결국은 말 때문이었다.
물론 망한 것도 여우의 말 때문이었다.
민중은 말 잘하는 사람을 신뢰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는 말 잘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받는다.
어리석은 민중이여!
5.
말 잘하는 사람을 어떻게 봐야하는가?
말을 교묘하게 하는 사람은 어진 이가 드물다.
얼굴빛을 일부러 좋게 하는 사람도 어진 이가 드물다.
6.
말을 잘하고 얼굴빛을 좋게 한다는 것은 겉치레이다.
겉치레에 힘쓰는 이유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다.
그러다 보면 내면의 덕과는 상관없이 제 유리할 때로만 꾸미게 된다.
결국 말은 어눌하지만 좋은 일에 민첩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최고다.
말도 못하고 행동도 민첩하지 못한 사람은 그 다음이다.
말만 잘하는 사람은 가식으로 가득 찬 나쁜 놈이다.
뛰어난 언변과 가식에 찬 미소를 가진 TV속 주인공을 생각해보라.
배 위로 스물스물 기어오르는 뱀이 떠오르지 않는가?
7.
말 잘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내면의 덕을 길러야한다.
남는 것은 말이 아닌, 결국 사람이니.
말 잘하는 사람을 멀리해야한다.
그 사람은 나를 진심으로 대하지 않을 것이니.
그러고 보니 나도 말 꽤나 한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그래서 부끄럽기도 하다.
그래도 말없이 세상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1 은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를 기억을 더듬어 재구성하였습니다.
5 는 [논어]의 학이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을 풀어본 것입니다.
6 는 공자의 말에 대한 주자의 풀이에 제 생각을 곁들였습니다.
말없이 피어났다 말없이 지는 꽃은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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