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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마을을 찾아서

잡동사니

by 빈배93 2011. 5. 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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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황사가 가장 심한 하루였다. 베란다 너머로 바라본 금정산은 말그대로 '뿌연' 모습이었다. 이번 주는 각종 행사로 매일 치던 배드민턴을 한 번도 못쳤다. 그래서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위해 집을 나섰다.

 

어디로 갈까 잠시 고민하였지만, 한정된 시간에 갈 곳은 역시 집 뒤에 있는 윤산이었다. 오늘은 코스를 달리하여 부곡암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절 입구에 연등을 보고서야 석가탄신일이 멀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몇 일인지는 별 관심은 없지만.

   

그렇게 기다리던 봄도, 어느덧 그 흔적이 거의 지워져버렸다. 황사라고 하지만, 산 길이 깨끗하다고 느낀 것은 나의 착각이었을까?

  

산길을 꽤나 걸어들어갔음에도 부곡암의 기념 연등이 달려 있있다. 그 옆으로 예비군 훈련을 위한 벙커가 부조화를 연출하고 있었다.작년 이맘 때 만삭의 집사람과 큰 아이 민민이와 이곳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낸 것이 기억났다.

  

몇일 전 비가 좀 왔었다. 덕분에 윤산은 아름다운 물소리를 곳곳에서 들려주었다. 윤산에서 물 흐르는 소리를 들은 것은 아마 거의 처음이 아닌가 한다. 그 밖에도 유달리 산새소리가 많이 들렸고, 풀냄새도 향긋하였다. 아직은 요원하지만, 카메라로 그 소리와 그 냄새를 담아내는 경지에 이르고 싶다. 동영상은 왠지 정이 안간다.

  

아무 생각없이 산길을 오르다 표지판을 하나 만났다. 아! '반디마을!' 지난 겨울에 표지판을 보고 찾아나섰다가 허탕을 친 기억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찾을 수 있겠지 싶어 다시 '반디마을'을 찾아나섰다.

  

지난 겨울과 똑같이, 반디마을을 나오지 않고 곧바로 산지습지가 나왔다. 이번에도 헛탕이었다. 다시 길을 돌려 찾아볼까하고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결국은 '다음에 찾지 뭐.'하고 못 가본 길을 계속 가게 되었다. 

 

소나무가 무성한 개울물이 있는 언덕! 그래서 처음으로 그 길을 따라 갔다.

 

정말 수량이 풍부한 여울이 있었다. 초록빛 나뭇잎 너머로 보이는 여울물을 담기 위해 10분 이상을 노력했다. 그래서 얻은 것이 위의 사진이다. '이 거지같은 디지털 카메라! 아무래도 DSLR로 바꾸어야할 것 같다.' 당시 생각은 이러했다.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그래도 손 때 묻은 카메라를 욕해선 안될 것 같다. 윤산에 이런 여울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날이 조금 더워지면 아기들 데리고 발이라도 한 번 담그러 와야겠다. 아마 집사람이 더 좋아할 것 같다.

  

산 곳곳에 진달래며 철쭉이며 민들레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이미 식상하여 굳이 담지 않고 지나쳤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쇠물푸레나무의 꽃이었다. 물론 그 이름은 나무 밑의 안내판을 보고서 알았다.

 

우리 같이 식물에 대해서 잼뱅이인 사람들을 위해선 설명이 정말 필요하다. 물론 본다고 바로 아는 것은 아니지만, 자주 보다보면 그래도 몇 개 정도는 알지 않겠는가?

 

그래서 도착한 곳이 부곡교회 뒷쪽이었다. 사람이 북적거리는 길을 걷기 실어 산길을 우회하여 집으로 돌아왔다.오늘도 '반디마을'은 찾지 못하였다. 예전에 이 산에서 길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그 때 산을 헤매다 산속 마을을 하나 발견했었는데, 그곳이 혹시 '반디마을'이 아니었을까? 무릉도원을 발견한 어부 하나가 아무리 다시 가려고 해도 갈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문득 생각이 난다. 내게 '반디마을'이 그런 곳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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