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린이날이다. 당연히 두 아이들과 열심히 놀아주어야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집사람이 아이들을 데리고 처가집 식구들과 함께 제주도로 날라버렸다. 덕분에 모처럼의 한가한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과 집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참 좋은 시간이었다. 이렇게 한가해 본 것이 언제였던가?
처갓집에 집사람과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온 것이 10시. 그때부터 행복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뭘 할까?' '평소에 못 해봤던 것을 해야겠지?' 그래서 낮잠을 잘 수도 TV를 볼 수도 있었건만, 과감히 그것들을 포기하고 하루를 지냈다.
오전에는 블로그를 잠시하였다. 이건 분명 병이다. 그리고 주린 배는 라면에 밥을 말아서 일단 달래었다. 액자 속의 '우야'를 한 번 보고는, 카메라 들고 산책을 나섰다.
'어디로 가지?' 한참을 고민하다 그냥 북쪽으로 걷기로 했다. '다리가 아프면 돌아와야지.' 그래서 걷다 찍다를 반복하며 2시간 정도 걸었다. 범어사 근처까지 무려 지하철 5코스나 되는 거리를.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빵집에 들러 맛있어 보이는 것들로만 골라서 저녁거리로 삼았다.
인터넷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영화를 보러 다시 집을 나섰다. 꼭 보고 싶었던 영화가 있었다. 바로 [토르, 천둥의 신]이었다. 나는 MARVEL STUDIOS에서 나온 영화는 꼭 개봉관에서 본다.
집으로 들어와서 오늘 찍은 사진을 정리하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이웃들을 방문하였다. 벌써 밤 11시가 훌쩍 넘었다. 낮에 서너통의 전화로 안부를 확인은 했지만, 감기로 콜록거리는 두 아이들이 잘 자는지 모르겠다. 이미 전화걸기에는 늦은 시간이다. 이런 어린이날은 참으로 어색하다.
오늘 찍은 사진 중 마음에 드는 몇 컷을 올려본다.
아파트 입구 텃밭에 피어난 파꽃.
온천장역에서 부산대역으로 가는 산책로의 색이 바뀌는 조명.
부산대역 아래의 조금은 무서운 벽화들.
장전역 아래의 담벼락에서 자라난 예쁜 초록빛의 넝쿨들.
구서동역 근처에 있는 금정교.
두실역 앞에 있는 박진환 작가의 '자유종소리'와 주인 없는 봄 나물.
남산동역 근처에 있는 이슬람 부산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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